지난해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시련의 시기였다. 경기 침체로 신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데다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국계 업체들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벤처업체들이 꾸준한 연구 개발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 외산 제품을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우수 업체들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전북은행은 최근 전산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면서 계정 시스템의 미들웨어 TP모니터를 미국 BEA사의 '탑엔드'에서 국내 업체인 티맥스소프트의 '티맥스'로 바꿨다. 미들웨어란 기업 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쓰이는 핵심 소프트웨어로 개발에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현재 티맥스는 외산 제품을 대체, 한빛은행, 농협중앙회, 한국생산성본부 등 국내 20여 업체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 회사의 자바계열 웹애플리케이션 서버인 '제우스'도 국내외에서 BEA,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오라클 등의 제품을 대체하고 있다.
오라클, MS, IBM 등이 장악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도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인 한국컴퓨터통신의 도전을 받고 있다. '유니SQL'이라는 국산 DBMS를 개발한 한국컴퓨터통신은 행정자치부의 민원공지처리시스템과 교육부의 학생 종합생활기록시스템을 비롯해 한국전산원·성남시청·강원도청 등 공공부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민간부문에서도 굿모닝증권·신세기통신·조선대학교 등에 제품을 공급했으며, 해외에서는 대만과 캄보디아의 공공부문 DBMS를 '유니SQL'로 구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의해 장악된 오피스 프로그램 시장에서도 국산 업체들이 잇따라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던 넥스소프트와 테크다임은 각각 '넥셀'과 '제이칼크'가 지난달 6일 행정업무용 소프트웨어로 선정돼 공공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지난해 한글과컴퓨터와 연합해 매출 확대에 나선 넥스소프트는 출시 후 2달여 동안 3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테크다임의 '테크다임 오피스'는 1월 신소프트웨어상품대상으로 선정돼 산뜻한 출발을 했다.
일부 국내기업들이 외산 업체를 제치고 우수한 실적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나눠주기식' 정부의 지원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수한 업체들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티맥스소프트의 이재웅 사장은 "정부가 고르고 균형 있는 지원보다는 국내외 시장에서 외산 제품에 맞서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기업에게 우선 순위를 두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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