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사이버 테러가 심각한데 정부 대책을 말해보세요."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해 다음에 서면으로 답변 드리겠습니다."10일 정치 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 질문자로 나선 민주당 이윤수(李允洙) 의원의 거듭된 추궁에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가 제대로 답변을 못한 채 진땀을 뺐다. 대정부질문 방식이 과거 일괄질의 및 답변에서 일문일답식으로 바뀌면서 새로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다. 질의에 나선 다른 여야 의원들도 대북 비밀 지원 사건 등에 대해 즉흥 발언을 섞어가며 출석한 국무위원들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전에 다반사였던 상대 당에 대한 무차별 폭로와 원색적 비난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국회는 16대 대선 때 팽팽히 대치했던 여야 의원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데다 대북 비밀 지원 사건 등의 첨예한 쟁점들 때문에 격돌이 벌어져 '정쟁 국회'가 재연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막상 눈앞에 펼쳐진 대정부질문은 정책 국회로서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는 느낌이다. 국회를 일방적인 폭로의 장으로 이용했던 과거와 달리 여야가 정치공방을 최대한 자제하고 대신 정책 질의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평가 받을 만하다. 다만, 의원들이 특정주제를 놓고 장관들과 논쟁을 벌일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또 의원들이 깊이 있고 체계적인 질문은 하지 못한 채 맥빠진 질문으로 일관, 정부측 답변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점도 보완돼야 할 부분이다. 국무위원들 역시 사전 배포된 질의원고가 아닌, 돌발적인 질문에 충실히 답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관 분야에 대한 철저한 내용 파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같은 아쉬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이날 나타난 국회의 작은 변화는 '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단초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제발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이참에 생산적 국회,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주기를 모든 국민은 바라고 있다.
박정철 정치부 기자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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