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580선 아래로 곤두박질친 이달 7일, 서울 B증권사 객장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멱살잡이가 벌어졌다. 객장에 설치된 증권 단말기를 "오래 본다"며 시비가 붙어 몸싸움으로 번졌다. 증시가 나빠지면 증권객장에서는 보유 주식에 대한 좋지 않은 얘기나 단말기 사용시간 등 사소한 시비 끝에 멱살잡이가 종종 벌어진다.이 증권사 지점장은 "투자자들끼리 멱살잡이가 늘어나는 것은 바닥이 가까워온 징후"라고 했다. "가장 확실한 바닥 신호는 객장 전광판을 발로 차는 '테러'가 나올 경우"라는 말도 나왔다.
'바닥 아래 지하 1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객장에는 '한숨'이 가득하지만, 증권가에는 최근 각종 경험과 지표를 들어 주가 바닥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가장 명확한 바닥 신호는 투자자들의 '항복'(capitulation). 주가하락을 견디다 못해 두 손 들고 주식을 헐값에 내다팔며 투매할 때다. 신문 1면에 주가폭락 기사와 사진이 등장하고 사회면에는 증권 관련 범죄와 사건사고가 올라온다.
이쯤 되면 이른바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단 증시 분석가들이 모두 비관론으로 돌아선다. 낙관론이 자취를 감추고 '현금비중을 늘려라', '쉬는 것도 투자다'라는 말이 대세를 이룬다. 미국의 전설적 펀드 매니저인 피터 린치는 자신이 파티에 참석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제쳐두고 치과의사와 충치 상담을 할 때면 주가가 바닥이라고 했다. 반대로 모두가 자기에게 몰려와 증시 상담을 하면 상투. 증권사의 '적자 눈덩이' 공시가 나오고 인력 감축과 점포폐쇄 얘기가 떠도는 것도 증시 바닥 징후다.
증시의 바닥을 나타내는 지표도 많다. 국내 증시는 전통적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는 시점,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는 시점과 바닥이 일치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지수가 20일 이동평균선에서 8% 이상 낮아지고 고객예탁금과 거래량이 극도로 위축되는 시점이 바닥권 진입 신호"라며 "반도체 값이 다시 오르고, 외국인이 돌아오거나 정부의 증시 대책이 신문을 장식할 때가 바닥 탈출 징후"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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