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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 서울대 찾은 법대 합격생 손위용·김용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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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 서울대 찾은 법대 합격생 손위용·김용광씨

입력
200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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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한 고비를 넘었습니다. 이제 더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나이와 장애의 벽을 딛고 2003년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법대에 합격한 손위용(孫偉勇·50·울산 남구 신정2동), 김용광(金龍光·41·충북 청주시 상당구 탑동)씨가 지난 4일 만나 법학도로서 4년간 학창 생활을 꾸려갈 서울대 교정을 찾았다.

안경환(安京煥) 법대학장은 교양과정이 끝난 2학년부터 두 신입생이 생활하게 될 법대 건물 체험을 위해 직접 4층 학장실으로 찾아올 것을 권했다. 손씨가 막내 딸의 부축을 받아 난간에 기대어 힘겹게 걸음을 떼었고 김씨는 발을 더듬어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법대 학생회와 장애인인권연대사업팀 도우미들이 이들을 지켜 보고 안학장과 한인섭(韓寅燮) 교무부학장, 정긍식(鄭肯植) 학생부학장이 10여분에 걸친 힘겨운 '전투' 끝에 도착한 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손씨는 부산고 2년 재학 중이던 1970년 빗물에 젖은 기차 난간에서 미끄러져 두 다리를 잃은 1급 지체장애인. 김씨는 생활고로 동국대 법대를 그만둔 뒤 84년 초망막색소변성과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 돋보기 없이는 앞을 볼 수 없는 3급 시각장애인이다. 주변의 싸늘한 시선과 싸워야 하는 장애인에게 배움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들의 나이와 몸짓이었다.

손씨는 고교를 자퇴한 뒤 30년간 과외교습으로 생활일선에 나서 세 딸을 키워냈다. 김씨는 청주 맹학교에서 직업훈련을 받은 뒤 출장안마, 신문배달, 다단계판매회사 영업사원 등을 전전하다 4년 전부터 신촌 고시원에서 청소 등 잡일을 하며 하루 7∼8시간을 책과 씨름했다. 한인섭 부학장이 "솔직히 합격여부를 판정하는데 있어 나이가 문제가 됐었다"고 하자 김씨는 "헌법 제 11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은 성별과 장애, 연령 등의 이유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손씨가 겪은 첫 번째 어려움은 난간을 활용해 계단을 오를 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넓고 경사가 심한 캠퍼스는 손씨의 수동휠체어에 적합치 않다. 지난 해 연세대 법대에 합격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다시 서울대를 지원한 김씨는 "국립대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시각장애인용 노트북과 확대경이 부착된 독서대(CCPD)가 갖춰진 사립대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 법대 측은 올 여름방학 건물 내 엘리베이터 공사에 착수하고 맹인용 도서관시설 마련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손씨와 김씨는 "서울대의 장애인 편의시설 문제는 두 사람 개인의 문제가 아닌 재학 중인 47명 장애학우와 8명의 장애신입생의 문제"라며 "법대 뿐 아니라 다른 단과대도 장애인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씨의 부산고 선배이기도 한 안학장은 사재를 털어 전동휠체어를 선물하기로 하고 고교 2년 때 밀양에서 부산으로 함께 통학했던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두 신입생을 격려했다. 안학장은 "의사가 꿈이었는데 다리가 불편해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좌절했던 친구를 위해 한때 소송도 불사할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합리적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법학도로서의 자세"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제 겨우 방향을 전환했을 뿐 갈 길이 멀다"며 "평생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애써왔지만 이제 남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시·청각장애인 학습권 "사각지대"

1995년 시작된 장애인 특별전형이 올해로 8년째를 맞고 있지만 장애인에게 대학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2003학년 서울대 정시모집에 지체장애인 손위용(孫偉勇·50)씨가 법대에 합격하자 학교측이 장애인용 승강기 설치를 발표하는 등 지체장애인의 보행권 확보문제는 공론화하는 상황. 하지만 장애가 외형상 드러나는 지체장애인과 달리 시·청각장애인의 학습권 보장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2003년 현재 193개 4년제 대학중 장애인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곳은 전체의 23.8%인 47개 대학이다. 장애인용 화장실 설치율은 34.6%, 장애인용 주출입구 설치율 57.8% 경사로, 승강기, 휠체어 설치율도 60%에 미달하지만 지체장애인의 보행권, 이동권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시·청각장애인의 학습권은 여전히 방치되어있는 상황이다.

서울대는 장애인특별전형이 실시된 첫해인 2002년 입학생이 입학식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사를 요구했지만 학교측이 거부했다. 올 해는 청각장애인에게 필수인 대필(代筆)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학교측은 올 1학기부터 1개월에 30시간(12만원)을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봉사장학생 30명을 둘 예정. 하지만 지금 인력으로는 한학기 5∼6과목 정도를 수강해야 할 청각장애인 6명이 겨우 1, 2과목 정도만 대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구대의 경우에도 시·청각장애인이 100명 이상 있지만 청각장애인은 스스로 대필자를 구해야 하는 형편이다.

고려대의 경우에도 상경대 후문에 지체장애인용 경사로를 설치하는 등 지체장애인의 보행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전무한 상태다.

서울대 장애인인권 연대사업팀에 따르면 1995년부터 지난 해까지 전국 38개 대학 장애인 대학생의 자퇴율 중 시각장애(7.9%)와 청각장애(8.8%) 대학생 자퇴율이 지체부자유(7.0%) 대학생들의 자퇴율보다 높다.

장애인용 시설 설치여부의 형식적인 점검, 장애인을 위한 전문행정가 부족도 문제다. 사회복지나 특수교육을 전공한 전문가에게 대학의 장애대학생행정을 맡긴다면, '장애인용 경사로는 설치하고 장애인용 화장실은 설치하지 않는' 식의 탁상행정을 방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애편의시설시민연대 김형수(金炯壽)연구원은 "장애인대학생에 대한 배려는 시혜의 차원이 아니라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들이 학습정보에 접근하는 일에 대학행정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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