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거래량이 상장요건에 미달한 기업이 29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이들 종목 중 상당수는 주가가 비싼 우량기업이지만 지분을 독점하고 있는 대주주가 주식을 움켜쥐고 내놓지 않거나, 고가에도 불구하고 액면분할이나 무상증자 등을 하지 않아 유통물량이 적고 환금성이 떨어져 일반 투자자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분기 말 감독 당국의 심사 때만 대주주끼리 자전매매 등 편법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넘기고 있다.
10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 1월 자본금 100억원 이상 기업 가운데 11개사의 한달 거래량이 상장 주식수의 1%기준에 미달했으며, 자본금 100억원 미만 18개사의 1월 거래량이 2%기준에 미달하는 등 총 29개사의 거래량이 상장요건에 미달했다. 고려아연의 모회사인 영풍의 경우 상장요건을 맞추려면 월평균 3만6,000주 이상 거래돼야 하지만 지난달 거래량이 600주(0.03%)에 그쳤다. 거래일 기준 하루 평균 30주씩만 거래된 셈. 남양유업 롯데제과 태광산업 등 한국 증시의 대표적 고가 우량 기업들도 상장요건에 미치지 못했다. 이들 기업의 1월 거래비중은 각각 0.8%, 1.7%, 1.5%였다. 유화증권(0.5%), 제주은행(0.9%) 등 일부 금융주도 미달했다. 증권거래소는 분기마다 월평균 거래량이 상장주식수의 1%(자본금 100억원 이상) 또는 2%(자본금 100억원 미만)에 미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에 편입한 후 또다시 거래량이 미달되면 상장폐지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증권거래소가 이들 기업에 경고만 해놓고 요건을 충족시키는 방식을 조사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풍은 특수관계인 지분이 78.67%로, 지분분산 요건(특수관계인 80% 미만)마저 겨우 맞추고 있는데 평소 아예 거래가 없거나 10주 정도만 거래되다 거래소의 분기 조사가 실시되는 지난해 12월에는 4만주 자전거래를 했다.
이들 기업 대주주들은 오히려 지분을 확대해 투자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2월 들어 호텔롯데가 추가 지분을 매입, 신격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48.44%까지 올랐다. 롯데제과의 외국인지분이 44.24%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에 매매되는 주식은 10%도 안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상장사는 적절한 유통량을 유지해 주주(투자자)에게 환금성을 제공해야 한다"며 "상장폐지만을 면하기 위한 인위적인 거래유인도 불공정거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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