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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19>만델라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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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19>만델라 석방

입력
200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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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2월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반체제 지도자 넬슨 만델라가 27년의 옥살이 끝에 석방됐다. 온 생애를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극단적 인종분리주의)와의 싸움에 바쳐온 72세의 노인이 마침내 석방된 것이다. 드 클레르크 대통령의 완고한 백인 국민당 정부도 국내의 저항과 국제적 압력을 더 이상 버텨낼 수가 없었다. 감옥 앞에서는 수천의 군중이 검정·녹색·노랑의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삼색기를 흔들며 그를 맞았다. 감옥 속의 만델라는 이 반(反)인종주의 정당의 정신적 지도자였다.만델라가 석방된 뒤 남아프리카에서는 변화가 시작됐다. 그가 석방되고 넉 달 만에, 백인들만 출입할 수 있었던 모든 공공장소들이 흑인들에게도 개방됐다. 그리고 얼마 뒤,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와 드 클레르크 정부 사이에 협상이 타결됐다. 정부는 정치범들을 모두 풀어주기로 했고, 아프리카민족회의는 무장투쟁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듬해에는 아파르트헤이트를 떠받치고 있던 법률들이 모두 폐지됐다. 이로써, 적어도 법적 수준에서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만델라는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킨 공로로 협상 상대 드 클레르크와 함께 199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이듬해 남아프리카 역사상 최초의 흑인 참여 자유총선에 따라 구성된 다인종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이 나라의 첫 흑인 대통령 만델라는 정치 지형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드 클레르크를 부통령으로 지명했다. 만델라는 5년 임기를 마치고 1999년 은퇴했다. 감옥 속의 만델라를 언론은 흔히 '세계 최장기수 정치범'으로 불렀다. 그러나 만델라가 석방된 뒤에도 한국에는 그보다 더 오랜 감옥 생활을 견뎌내고 있는 정치범들이 수두룩했다.

고 종 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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