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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개혁자의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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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개혁자의 ABCD

입력
200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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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계절이다. 요즘 신문지상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어휘 중 하나가 개혁이다. 어느 경전은 '천하의 범사에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다'고 했다. 지금은 개혁을 얘기할 때이고 많은 개혁자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새 무대에 등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시기이다.진정한 개혁자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비전과 전략이다. 이 중 특히 전략에 대해서 우리는 이론적 전략과 실제적 전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자는 통상적인 교과서에서 거론되는 추상적인 전략이고 후자는 실제 생활에서, 그리고 전투장에서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전략이다. 실제적인 전략은 주로 사람에 관한 것이다. 개혁에는 항상 저항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 저항 세력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극복해 낼 것인가, 개혁의 동조 세력들을 어떻게 규합할 것인가, 그리고 개혁에 대한 최고위층의 의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등에 관한 전략이다.

불행히도 이들 전략은 책에서 쉽게 배워지는 것이 아니고 실제 상황을 통해서 그리고 수많은 전투를 통해서 체험적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개혁자에게 필요한 전략은 이론적인 전략이 아니라 실제적인 전략이다. 실패한 개혁의 사례로 흔히 거론되는 중국 송나라 왕안석의 개혁과 조선조 조광조의 개혁도 그들이 개혁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혁에 대한 실제적인 전략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비전과 전략, 이 두 가지 자질을 중심으로 우리는 개혁자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비전과 전략을 겸비한 A급 개혁자이다. 이 유형은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개혁시킨다. 이 A급은 가장 이상적인 유형이지만 실제로 이 두 가지 자질을 겸비한 개혁자를 찾기 쉽지 않다. 둘째는 비전은 있으나 실제적인 전략이 없는 B급 개혁자이다. 참다운 비전에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전략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B급 개혁자는 '꿈꾸는 개혁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들은 뜨거운 열정과 비전을 가지고 애를 쓰고 많은 희생을 치르나 개혁의 결과가 미흡하고 종국에는 실패로 돌아간 사실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셋째는 비전도 없고 전략도 없는 C급 개혁자이다. 이른바 '입만 가지고 있는' 개혁자이다. 이런 유형의 인물들이 소위 개혁 그룹 내 의외로 많다. 개혁 성패의 관점에서 볼 때 이들은 그래도 덜 위험한 존재이다.

가장 위험한 사람들은 네 번째 유형, 즉 실제적인 전략은 있으나 비전이 없는 D급 개혁자이다. 이들의 특징은 머리가 지나치게 좋다는 것이다. 계산이 빠르고 눈치가 빠르다. 빠른 시간 안에 개혁의 비용과 수익을 나름대로 계산하고 공익보다는 사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행동한다. 혁명에서 이들은 밀고자 혹은 변절자의 역할을 한다. 혁명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재빨리 머리를 굴려 계산하고 자기에게 올 이익을 헤아려 신속히 행동한다.

D급 개혁자들은 실제적으로 교묘하게 개혁 프로그램을 망치고 변질시키는 사람들이다. 겉으로는 대단한 개혁자로 행세하면서 실제로 개혁을 거부하는 반개혁 세력이다. 이들은 '개혁의 사기꾼'이다. 불행히도 우리의 과거 실패한 개혁에는 이러한 D급 개혁자들의 '공헌'이 지대했다.

개혁의 성패는 개혁 그룹 중에 A,B급과 C,D급 중 어느 유형이 더 많고 영향력이 큰가에 의해서 결정된다. 특히 개혁의 지도층에 D급이 많으면 개혁은 코미디로 전락한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개혁의 우두머리가 D급인 경우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새 정부를 이끌 고위직을 비롯해 사회 각 분야의 개혁을 선도할 인물들을 찾고 있다. 이 과정에서 좀 더 많은 A급, B급이 선정되어 새 정부의 개혁 작업이 성공하기를 충심으로 기원해 마지 않는다.

이 계 식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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