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회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일문일답식 대정부 질문은 "의회정치의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의원과 국무위원 모두에게 아직은 낯설어 보였다. 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나름대로 적응하느라 애쓰는 모습이었으나 좀처럼 연설식 질의를 탈피하지 못했고, 순발력 있게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모습도 찾기 어려웠다.국무위원들도 "국회에서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대북 비밀송금 사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북핵문제) 는 등 원론적인 모범답안 수준을 맴돌았다. 돌발적인 질문이 나올 때는 실언하지 않기 위해 우물쭈물하며 얼버무리기도 했다.
한나라당 조웅규 의원은 김석수 총리 등을 상대로 원고에도 없는 내용과 수치를 섞어가며 북핵 및 주한미군철수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조목조목 따졌다. 그러나 그는 준비한 많은 자료를 챙기면서 김 총리를 쳐다보기 위해 고개를 연신 돌려야 했다. 민주당 이윤수 의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고를 읽어가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는 로또 복권의 부작용을 따지면서 김 총리에게 "복권을 사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김 총리는 "총리실 직원들과 한 장씩 구입해 봤으나 당첨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자민련 이인제 의원은 김 총리만을 상대로 10여개의 질문을 던진 채 대북 비밀지원사건 등에 대한 당론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대표연설'로 대신했다. 한나라당 김용균 의원은 '노벨상 매수설'을 거론하며 "사실이라면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상을 반납하고 하야해야 한다"고 주장,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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