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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버지니아 월남국기 사용 결정 베트남 "주권모독"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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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버지니아 월남국기 사용 결정 베트남 "주권모독" 분노

입력
200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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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가 미국 버지니아주 의회의 결정에 분노를 터뜨렸다. 주 하원이 지난 주 앞으로 공식 행사에서 베트남 공식 국기 대신 1975년에 패망한 남베트남(월남) 국기를 쓰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주 상원에도 올라가 있는 이 법안은 학교나 공공기관이 외국 국기를 게양할 때 과거 남베트남 국기를 쓰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영국 BBC 방송이 9일 보도했다. "유엔 회원국으로 미국과 국교까지 수립한 나라의 국기를 멋대로 바꾸는 것은 주권 모독"이라는 반발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안은 지역구에 남베트남 출신이 많은 민주당 로버트 헐 의원이 처음 발의했다. 공산 베트남이 들어서자 버지니아로 망명온 수만 명의 남베트남인들이 남베트남 국기가 걸려 있는 학교에 자녀들이 다니기를 원하는 정서를 고려한 것이다.

노란 바탕에 세 개의 빨간색 줄이 있는 남베트남 국기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상징하지만 빨간 바탕에 노란색 별이 그려져 있는 베트남 국기는 탄압과 학대를 의미한다는 것이 남베트남 출신들의 주장이다. 물론 베트남 당국은 베트남 국기야말로 북베트남의 승리와 통일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하고 있다.

베트남 관영 언론들은 일제히 버지니아주 의회의 결정을 비난했다. 한 신문은 "역사의 순리를 거역하려는 흐름은 과거 사이공 정부가 역사 속에 묻혔듯이 좌절하게 될 것"이라며 "독립과 자유를 사랑하는 국가들은 의회의 결정을 성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지니아주 국기 논란은 1995년 국교를 정상화한 미국과 베트남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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