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생이 된 K양은 새내기 1년을 다이어트와의 한판 승부로 보냈다. 덕분에 입학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날씬해졌지만 대신 고교 때부터 있었던 변비가 심해졌다. 배변이 불규칙해 며칠에 한번 정도고, 피가 나기까지 했다. K양은 남자 의사에게 엉덩이를 내보이고 진료를 받는 것이 막막해 병원을 꺼리다가 여성 전문의를 소개받고서야 진찰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여성이라면 숨기고 싶은 질병이 있다. 치질 같은 항문질환과 요실금 같은 비뇨기 질환은 남자 의사들에게 진찰받기가 부끄럽고 귀찮다. 이런 질병은 사춘기나 20대 미혼 여성에게도 많은데 이들은 더욱 병원 가기를 꺼린다. 이처럼 여의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최근 대장항문 전문병원과 비뇨기과에 여성 전문의가 점차 늘고 있다. 성별을 떠나 경험 많은 의사의 진료가 최선이겠지만 치료를 미루기보다는 여성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방법이다.
치핵 치열 등 대장항문질환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강남서울외과에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내원한 환자는 70%(217명)가 여성이었고 그 중 20대가 81.9%나 됐다. 오소향 원장은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미혼 여성들에게 만성변비와 급성치열(항문이 찢어져 피가 나는 것)이 흔한데 대부분 여의사를 찾는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대항병원의 조사에선 "증상을 느끼기 시작한 후 10년이 지나 수술을 받았다"는 여성 환자가 55.8%나 됐다. 참을 때까지 참다가 병원을 찾는다는 뜻이다. 이은정 과장은 "치질 수술은 생각만큼 재발이 잦거나 아프지 않기 때문에 치료를 꺼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여성들의 항문질환(치질)은 혈관이 뭉쳐 부풀어오르는 치핵, 항문 진피가 찢어져 아프고 피가 나는 치열이 많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 햄버거, 라면, 피자 등 인스턴트 식품을 즐기고, 다이어트를 하거나, 변의가 느껴져도 반복적으로 참는 습관으로 인해 만성변비와 치열이 흔하다. 또 출산 후 치핵이 생기는 일이 많다.
증상 초기엔 온수로 5분간 좌욕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섬유소 제재를 복용하면서 변비를 막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항문 밖으로 나온 치핵이 손으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거나, 항문의 상처가 심해 통증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만성화하면 밴드결찰법, 적외선응고법, 절제수술 등 수술이 필요하다.
요실금 방광염 등 비뇨기질환
주로 산부인과에서 맡아온 방광염, 요실금 등 여성 비뇨기 질환 역시 미혼여성으로선 숨기고 싶다. 현재 비뇨기 환자중 여성 비율은 40%대. 하지만 여성 비뇨기과 전공의는 아직 손에 꼽을 정도다. 다만 올해 3명이 배출될 예정이고, 레지던트과정에 40명 가량이 있는 등 앞으로 더욱 늘어나는 추세인 것은 그나마 다행.
이대목동병원 윤하나 교수는 "선천적인 구조 이상이나 방광근육이 약한 경우 미혼여성이나 어린이도 요실금이 있을 수 있다"며 "요실금은 원인이 다양한 만큼 정확히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해야 재발되지 않고 근본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방광염은 소변검사와 약물치료로 간단히 치료된다. 요실금은 경우에 따라 방광내시경이나 방광에 센서를 넣어 압력, 용적 등을 재는 방광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증상에 따라 운동요법, 전기치료, 또는 인조합성 테이프로 방광을 받쳐주는 수술이 필요한데 당일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간단해졌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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