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슈와 현장/ "신입생 없으면 교수도 없다" 지방대는 전쟁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슈와 현장/ "신입생 없으면 교수도 없다" 지방대는 전쟁중

입력
2003.02.10 00:00
0 0

지방 K대학 Y교수는 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최근까지 2달여 동안 모교와 인근 '무연고' 고교를 무려 10차례 이상 찾았다. '신입생 유치'가 주목적이었다. Y교수는 "대학도 살고, 나도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지방 A대학 보직을 맡고 있는 K교수의 '임무'는 지방 전문대생 모셔오기다. 편입학 철이 되면서 지방대생들이 서울 등 수도권 대학으로 대거 둥지를 옮기면서 나타난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다. K교수는 "학생 모집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있던 학생마저 뺏겨 전문대생들에게도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올해는 대입 정원(전문대 포함)이 고교 졸업생 수를 초과한 이른바 '대입정원 역전' 원년. 4년제 대학 정시 합격자 등록이 7일부터 시작됐으나, 120개에 달하는 지방대는 '신입생 구하기'와 '재학생 붙잡기'에 목을 매고있다.

방학중인 교수들이 직접 나서 고등학교와 입시학원을 안방 드나들 듯 하거나, 우수 신입생 유치를 위해 4년 장학생 규모를 파격적으로 늘리는 등 '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일부 지방대는 수도권 학생을 겨냥, 근거리통신망이 깔린 첨단 기숙사를 만드는 등 사활을 건 학생유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

교수가 학생 모집책

가장 바빠진 사람들이 지방대 교수들이다. 지방 B대 교수들은 작년말 '신입생 유치단'을 구성, 연고 지역 고교를 찾아 교사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입시지도 때 신경을 써달라는 주문이다.

유치단의 한 교수는 "마치 호객꾼이 된 기분이 들어 참담했지만, 현실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북 S대 정모교수는 "학생 모집이 교수 업적평가의 중요한 척도"라며 "예비군 훈련장까지 가서 학교 홍보를 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중부권 한 대학의 이모교수는 "신입생 유치 달성목표가 정해져 있어 난감한 실정"이라며 "올 들어서만 3차례 서울 경기 지역 고교를 방문했다"고 귀띔했다.

품행이 좋지 않은 학생을 퇴학시키기도 어렵다. 충남지역의 D대학 김모교수는 출석도 하지 않고 리포트도 제출하지 않는 여학생에게 F학점을 줬다가 학장에게 불려가 혼줄이 났다. "학생 1인당 등록금이 얼만데…"라는 질책이었다. 김교수는 "문제 학생도 퇴학시킬 수 없다"며 "대학이 대학이 아니고 교수가 교수가 아니다"고 푸념했다.

해외 유학 및 취업도 책임

학생을 끌어오기 위한 묘안도 속출하고 있다. 가장 좋은 '당근'은 아무래도 파격적인 장학금 제도. 인하대는 전액 장학생인 '정석 장학생'을 100명선으로, 일반 장학생은 1,000명선까지 늘렸다.

특히 이공계생과 어학 특기자에겐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프린스턴대 등에서 시행하는 '튜터시스템'(개인전담 지도교수제)을 도입해 해외유학에서 취업까지 책임진다는 계획이다.

대구 계명대는 내년도 신입생 장학금 지급 대상을 석차 6% 이내에서 10% 이내로 대폭 넓혔다. 우수 신입생 확보를 위한 조치다.

경남 김해 인제대는 지역별로 100명의 우수 학생을 추천받아 1인당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1억원 규모의 '민족대학 육성 장학금'을 신설했다.

학교 관계자는 "다소 벅찬 결정이었지만 결과가 더 궁금하다"고 초조한 심경을 나타냈다.

첨단 기숙사 등 다양한 유치작전

충남대는 기숙사 확충에 신입생 유치의 승부를 걸었다.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로 거실이 딸린 2인실 219개와 도서실, 체력단련실은 물론 근거리통신망이 구비된 첨단 기숙사를 준공했다. 무려 50억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

관동대는 양양캠퍼스에 300명분의 오피스텔형 기숙사를 지은 데 이어 2학기 입주를 목표로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로 1,200명을 수용할 최첨단 기숙사를 신축 중이다. 울산대는 아예 외지학생은 전원 기숙사에 수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방대의 학생유치전쟁은 해가 거듭될수록 가열될 전망이다. 전북대 두재균(杜在均) 총장은 "대학 정원에 비해 응시생수가 줄어 각 대학이 신입생 유치를 둘러싸고 전투를 벌일 수 밖에 없다"며 "과감한 시설투자나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는 대학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 지방대 위기 이렇게 풀자

지방 대학의 위기는 사회 경제 문화 교육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문제다.

대학진학수요의 급격한 감소, 지방과 수도권의 사회 문화적 인프라의 차이, 지방우수인재의 서울집중, 지방대 출신의 취업기회 차별, 예산지원의 차등화 등이 지방대학 위기의 요인들이다. 정작 더욱 심각한 요인은 '학벌사회'의 근원인 대학 서열화 고착으로 '서울이외=지방'이라는 2분법적 차별의식이라 할 수 있다. 지역간 균형발전의 틀 속에서 지역의 수요산업과 연계, 지역별, 권역별, 영역별로 특성화하는 지역발전모델을 설정하여 중점 육성해야할 때가 왔다.

지역 친화적 인적자원개발, 산학연 연계모델구축, 지역사회중심 우수지역인력 배출, 지역사회 대학발전전략모형 등 지방화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지방대학 육성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우선 우수학생을 유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지역 출신 고교진학자에 대한 학비감면과 장학금지급을 적극 확대하고 지역 출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특별전형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 권역별 공동모집과 공동강좌 등의 연계 프로그램 등을 촉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방대학육성특별법을 시급히 제정하여 지방대 육성기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획기적인 구조개혁과 발전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이밖에 '순회교수풀제'를 도입해 지방대학과 수도권 대학간 순회강의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교수, 학생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대학간 교류, 국공립과 사립간의 역할분담, 국내외 협력체제에 의한 평생교육체제 정립 그리고 산업체 육성을 통한 지방인재육성책 등이 이러한 예가 될 것이다. 물론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이 학생을 공동모집·공동학위 수여등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방법도 있다. 여기에 강좌운영과 교수관리, 학위수여 등에 있어서도 비수도권대학의 학생이탈을 막고 특정 수도권대학 모델 추종 관습을 탈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지방대학육성종합대책 수립시 수도권 대학과의 차별화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발전이 동시에 모색되는 윈윈(win-win) 전략이 바람직하다.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지방대 기피 낮은 취업률탓

지방대 진학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취업률이다. 올해 충남 C대에 등록한 이모(19)군은 "지방대 출신은 취직이 잘 안된다고 들었다"며 "등록은 했지만 학교를 다닐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10개 이상의 대학이 몰린 충청권의 한 시단위 지역. '대학촌', '신흥 교육도시'라고도 불리며, 연간 졸업생수만 2만명에 육박한다. H자동차, S전기 등 국내 굴지의 제조·연구업체들이 즐비하지만 지역 대학 출신 취업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 본사에서 한꺼번에 신입사원을 뽑아 지역으로 발령을 내기 때문이다.

지방대 취업률 저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대기업 신입사원의 출신 대학 분포다. 1999년 입사 기준, S기업의 경우 전체 822명의 78%인 640명, 다른 S그룹은 3,447명 중 84%인 2,900명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대학 출신. 지방대 출신은 5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대입 전체 모집정원의 33% 수준으로, 전체 대학생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도권 대학 출신이 대기업 취업의 80% 가량을 차지한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2년 4월 현재 4년제 지방대 취업률은 60%로 2001년(54.2%)보다 높아졌지만 제조 및 서비스 분야 취업이 증가하거나 전문대 및 고졸 출신 직종에 지원했다.

삼척대 김대수(金大壽)총장은 "지방대 취업률을 높이려면 전공의 다양화, 차별화, 특성화로 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체는 이들을 과감히 수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