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자진 퇴진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2의 유엔 결의안을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8일 유엔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국은 국제사회의 반전 여론을 무마하면서 공격을 성사시키기 위해 새 결의안을 14일 유엔 무기사찰단의 안보리 2차 보고 이후 상정할 계획이다. 결의안은 사찰 시한을 2주간 연장하고 특정 시점 이후 48시간 이내에 후세인이 하야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전쟁으로 간다는 내용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프랑스, 러시아 등의 거부권 행사를 막아 일단 안보리에서 새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모양새를 갖춘 뒤 안보리 결의 없이 미국 주도로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제레미 그린스톡 유엔 주재 영국대사는 이날 미국 PBS 방송에 출연해 "영국측이 현재 결의안 문구를 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숨막히는 외교전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미 수뇌부는 2차 결의안 통과를 위해 앞으로 2주간 강도 높은 외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더 타임스와 파이낸셜 타임스 등 영국 언론이 9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8일 "거짓말하고 속임수를 쓰는 독재자를 내버려두면 안보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안보리 이사국들을 압박했다. 그는 "유엔의 새 결의안 채택에 동의한다"며 "그러나 후세인 체제에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반해 프랑스와 독일은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감독하기 위해 양국 군이 포함된 유엔평화유지군 파견을 골자로 하는 평화적 대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하기로 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도 9일 "프랑스와 독일이 추진중인 평화적 대안을 지지할 것"이라며 유엔 사찰단에 자국 무기 전문가들을 파견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한편 나즈리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을 전격 방문, 카말 카라지 이란 외무장관과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걸프 지역 파병 박차
미 국방부 관리들은 8일 "이라크 공격에 대비해 현재 11만 명인 걸프 지역 파견 병력을 이달 중순까지 15만 명으로 증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특히 일본 배치 항공모함 키티호크호까지 포함해 모두 5척의 항모를 걸프, 지중해, 오만 근해 등 이라크 주변에 배치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날부터 이라크 주변 지역으로 병력과 장비를 수송하기 위해 민간 항공기 징발권을 발동했다.
주변국 움직임
이라크전 개전시 전술적으로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터키는 200여 대의 미군 전투기와 3만8,000여 명의 미군이 자국 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고 터키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같은 방침은 18일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야당도 합의한 상태여서 통과는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아라비아 등 아랍 6개 국 협의체인 걸프협력협의회(GCC) 8일 종전의 입장을 바꿔 이라크전 발발시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할 것에 대비해 GCC 합동부대를 쿠웨이트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이라크 당국은 바그다드를 방문한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에게 화생방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과거 자료들을 제출했다고 유엔 소식통들이 9일 전했다. 이들 자료의 가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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