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2년 전 4번과 5번 요추 사이에 디스크(수핵 탈출증)가 발병해 허리 통증으로 고생해온 노 당선자가 이번에 받은 수술은 '내시경 레이저 병용 디스크 치료술'. 그러나 대다수 대학병원 전문의들은 "디스크가 생겼다면 수술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약물·물리치료와 같은 보존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나라에서 '보존적 치료 우선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의사인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 교수의 기고를 통해 허리 디스크 치료법을 알아본다./편집자주
대다수 사람들은 허리 디스크면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하면 정상인 중에서도 40대는 40%, 50대는 50%, 70대는 100%가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는다. 따라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면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또 치료법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허리 디스크의 자연적인 경과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허리 디스크는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한두 달만 지나면 환자의 70∼80%가 증상이 완화된다. 이러한 자연경과를 무시하고 증상이 나타난 지 얼마되지 않아 수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다수 환자들은 약물·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상태가 호전된다. 통증치료라고 불리는 주사요법만으로도 웬만한 디스크 증상은 모두 치료할 수 있다. 간단한 수술로 좋아질 정도면 이런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절개하지 않는 간단한 수술법'등 여러 디스크 치료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예전에는 카이모파파인 효소 주사요법, 뉴클레오톰 시술, 레이저 시술 등이 가장 많이 쓰였으나 요즘은 이런 방법보다는 '내시경 디스크 수술'이 유행이다. 하지만 인체에 적용되는 치료법이 마치 옷처럼 유행을 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철저히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시술법이든 장단점이 공존하게 마련인데, 좋은 면만 강조해 소개하는 것은 가장 큰 문제다. 예를 들어 레이저 디스크 수술은 '레이저'라는 용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첨단 의술로 인식하지만, 대학병원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해 잘 사용하지 않는 시술법이다.
게다가 '절개하지 않는 간단한 수술법'은 단지 디스크 크기만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효용성에 의문을 가지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수술을 받지 않고 통증이 자연 치유된 디스크 환자를 검사해 보면 돌출한 디스크의 크기가 줄지 않고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절개하지 않는 간단한 수술법은 일부 의사가 선호하는 치료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외국에서는 수술적 치료의 오·남용을 가장 우려하는 분야가 바로 허리 디스크다. 어떤 치료법이 우수성을 인정받으려면 그 방법을 선호하는 몇몇 의사의 주장보다는 객관적이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허리 디스크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대부분의 허리디스크 환자는 보존적인 요법으로 좋아진다'는 것이다. 절개하지 않는 간단한 수술, 레이저 수술, 내시경 수술 등은 단지 치료의 기술적인 면을 강조한 시술 방법일 뿐이다. "원칙보다 기술적인 면을 강조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 저명한 미국 정형외과 의사인 론스틴의 말을 음미해 봐야 할 때다.
이 춘 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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