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극적으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려운 세계 경제의 여건 속에서도 작년에 5% 이상 성장한 한국 경제 상황이 뒷받침하지 않았다면 집권당 후보가 승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이다.올해의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여러 예측 기관에서 작년보다 성장율이 낮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한국 경제는 현재 두 가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북한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투자자와 기업들의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한 인식이다.
먼저 북한 문제를 보자. 단기적으로는 북핵 위기로 인한 안보상의 불안 때문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게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식량· 에너지난을 해소하고 경제를 재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의 큰 몫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것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문제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서 당선자측은 여러 차례 시장 경제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문제는 투자자와 기업들이 구체적인 정책 집행에서 이 원칙이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 불확실하다고 느끼는데 있다.
정권 교체기는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당선자측은 아직 집행 기관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집권 청사진을 짜느라 분주한데, 나라 안팎의 일부에서는 풀기 어려운 현안 문제들에 대해 새 정부가 당장 어떤 묘책이라도 내놓았으면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일단 북핵 문제에 국한해서 볼 때, 이 문제를 우리 국민들이 지금보다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안보는 공기와 물처럼 중요한 것이어서 이 것이 위협받을 때에는 다른 것들은 다 부차적인 것이 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온 국민이 합의점을 찾고 단결해서 한 길로 가야 한다. 이 문제로 분열하게 되면 큰 혼란이 올 것이다. 나라의 지도자들이 지혜를 짜내어 확실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 정책 면에서 지난 정부는 금융, 기업, 노동 부문 개혁에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공공 부문 개혁에서는 그에 걸맞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공공 부문이 더 비대해지고 재무구조 면에서 더 취약해졌다. 물론 여기에는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공공 부문이 민간 부문의 부실을 흡수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었다. 새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공공 부문을 효율화하고 건실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면 한국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게 될 것이다.
공공 부문 개혁에서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라고 보는데, 하나는 관료 제도의 개선이고 다른 하나는 공기업의 효율화다. 관료 제도의 개선은 관료들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그 목표인데 이는 인사 제도와 정부 조직의 개선을 통해 차근차근 확실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의 효율화는 부실을 털어내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이며 민영화가 그 중요한 수단의 하나다. 민영화는 그 동안 다른 나라들의 경험을 교훈삼아 방법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민영화가 어떻게 진전될 것인가는 나라 밖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경제 시스템을 고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거시적인 경제 운용도 중요하다. 이에 대한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독립적으로 화폐· 이자 정책을 운용해 나갈 수 있도록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올해 경제 운용의 관건은 여러 방향에서 돌출하는 불확실성에 대응하는데 있다. 불확실성이 단숨에 제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조급하게 해결책을 내놓으려 하기 보다 일관된 정책 방향을 가지고 실용적으로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경제 주체들에게 신뢰를 주어 금융 시장이 안정되고 기업활동도 고무될 것이다.
채 수 찬 미국 라이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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