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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과학영재 이렇게 키운다]<7> 귀족교육에 대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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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과학영재 이렇게 키운다]<7> 귀족교육에 대한 도전

입력
200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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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시내에서 서쪽으로 30여㎞ 떨어진 버크셔주 윈저. 영국 여왕이 1년에 절반 이상 머무른다는 윈저성이 있어 관광지로 유명한 이 도시에는 또 다른 명물이 있다. 바로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명문 사립학교 이튼 칼리지다. 지난해 12월6일 1학기 기말고사가 한창인 학교는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이튼 칼리지만의 전통인 검은색 연미복 스타일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간간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1,300여명의 학생 대부분은 시험에 대한 중압감 때문인지 교실과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었다.시험 성적에 따라 우열반이 편성되는 이튼 칼리지의 현실은 시험 기간 내내 작은 윈저시 전체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다. 토니 리틀 교장은 "이튼의 엘리트 교육이 곧 영국 영재교육의 역사"라며 "귀족교육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근대 영국의 정치, 경제, 과학을 이끄는 힘은 이튼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자랑했다.

다음날 옥스퍼드시 옥스퍼드 브룩스대 영재연구센터(ReCAP·Research Centre for Able Pupils). 이곳에서는 영국 공립학교 교사들에 대한 영재교육법 연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영국 교육부의 지원으로 5년 전부터 시작된 이 연수 프로그램은 '사립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머리 좋은 학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영재연구센터 할로위 로위 교수는 "사립 명문학교가 영재교육을 도맡는 바람에 일반 공립학교에서는 성적 상위권 10% 이내에 드는 학생도 특별 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우선 교사들에게 영재에 대한 심화학습 교수법을 가르치고 추후 영재 직접 교육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통의 귀족 영재교육 방식에 공립 영재교육의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영국의 영재 교육은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특별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이튼 칼리지로 대표되는 명문 사립학교 중심의 엘리트, 귀족 교육이 사회의 주류를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영재교육 육성 필요성이 없었던 것. 하지만 99년부터 옥스퍼드 브룩스대 영재연구센터의 공립학교 교사 영재교육 연수프로그램을 필두로 과목별 심화학습 강화 프로그램(Excellence in Cities)이 런던을 중심으로 400여개 중·고교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다.

로위 교수는 "전통적인 귀족 영재교육과 달리 평등과 우열의 두 원칙간에 조화를 꾀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 제도가 실시되면서 일반 학생에 대한 수업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재연구센터를 거쳐간 교사는 1,700여명. 교사들은 5일간의 연수를 통해 영재교육의 기본 자세를 배운 뒤, 학교로 돌아가 연구센터 인터넷망을 통해 구체적인 학습법을 끊임 없이 업데이트 한다. 런던 북동부 엔필드 지역 교육청에서 교사 15명을 이끌고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존 브로드펀드 장학사는 "영재 대상 심화학습 프로그램 교재에는 일반 교과서와 달리 창의성을 자극하는 문제가 가득하다"며 "과학 과목의 경우 각종 실험과 함께 각종 자연현상, 화학 반응 등에 대해 그림을 그리는 교육방식이 권장된다"고 설명했다. 영재연구센터 헬렌 윌슨 연구원은 "영재성이 있는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을 교사들에게 권장한다"며 "교육학, 심리학 등을 중심으로 영재를 다루는 방식을 주로 교육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도전을 바라보는 사립 명문학교의 시각은 아직까지 삐딱하다. 이튼 칼리지 존 푸덴호프 교사는 "이튼 칼리지 최상위권 학생 가운데 고교 재학 중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에 특채 된 경우도 있다"며 "단순히 머리만 좋다고 영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예능, 운동, 학업 모두에 있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끊임 없이 이어졌다. "학업 성적이 뛰어난 학생 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자를 양성하는 사립학교의 역할 속에서 영국의 영재교육은 계속 될 것이다."

/윈저·옥스퍼드(영국)=정상원기자 ornot@hk.co.kr

■공립高 대입할당-영재 조기진학 英교육 평등과 우열 조화 고민

영국 정부는 지난해 2월 영재 교육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육 개선안을 발표했다. 교육 개선안의 핵심 내용은 14세(중학교 3학년) 이상의 학생 중 영재는 중등교육 수료 자격시험(GCSE)을 보지 않고 바로 17∼18세 교육 과정인 대입 예비과정으로 월반할 수 있게 해 대학 진학을 5년 이상 앞당길 수 있게 한 부분이다.

개선안은 특히 대학진학시험(A-levels) 보다 수준이 훨씬 높은 '특A 등급' 시험 제도를 도입, 영재학생 선발에 있어서의 변별력도 강화했다. .

앞서 2001년에는 저소득층 자녀에게 대학교육 기회를 더 많이 주기 위해 모든 대학에 공립학교 출신 학생 입학비율을 공시하도록 하는 '대입 할당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사립학교 출신 상류층 자녀들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명문대 진학 비율이 하류층에 비해 25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되면서 교육의 형평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자 도입된 제도였다.

두 가지 사례는 영재교육에 있어 '평등'과 '우열'의 원칙 조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영국 교육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옥스퍼드 브룩스대 영재연구센터 할로위 로위 교수는 "우수학생에 대한 특별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립과 공립으로 이원화한 교육의 평등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영국의 현실"이라며 "전통적인 귀족 교육과 미래 영재교육이 어떻게 보조를 맞출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영재교육도 기회 평등의 원칙 속에서 우수한 학생에게 창의성 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상원기자

■ 이튼 칼리지 어떤곳

이튼 칼리지는 1440년 설립 이후 영국 총리만 19명을 배출했다. 조지 오웰, 이언 플래밍 등 수많은 문인과 존 메이나드 케인스 같은 석학도 이 학교 출신이다. 영국 왕실 왕세자인 윌리엄이 이 학교를 졸업했고, 동생 해리 왕자도 고3 과정에 재학 중이다. 대부분 귀족의 자제들이 입학하지만 학교 측은 "귀족 자제를 우대하는 특별한 선발 기준은 없다. 모두 일정한 학업 능력을 갖춰야 입학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학교 2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5년제로 운영되는 이튼 칼리지는 기숙사 생활을 통한 단결의식 고취와 정규 수업 외 음악, 체육 등 특별활동 강조가 특징이다. 재학생은 학년별로 260명씩 총 1,300여명. 교사진 160여명은 대부분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 케임브리지대 출신이다.

이튼 칼리지 토니 리틀 교장은 "엄격한 선후배 관계를 통해 사회의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자부심이 크다"며 "최근에는 과학교육에 대해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과학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화학, 생물 등 각 과목 담당 교사마다 실험실이 하나씩 주어진다는 점. 1년 학비가 1만9,000파운드(한화 약 3,600만원)에 이르지만 학교 측은 "외부 기금을 받아 학생 1인당 약 1만파운드(한화 약 1,900만원) 정도씩 교육 비용에 더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이 돈으로 실험실을 확충하고, 최신 기자재를 확보해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

/윈저(영국)=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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