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마음으로 몸을 치유하기(How your mind can heal your body?)'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다루었다. 기사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음만 잘 다스리면 무병장수할 수 있다'는 것.구체적인 예로 우울증을 제대로 다스리면 골다공증, 심장병, 당뇨병은 물론이고 암과 치매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또 호흡법이나 점진적 근육이완법 등과 같은 몇 가지 스트레스 관리 요령만 익혀도 심장과 위장기능이 좋아질 뿐 아니라 수술 회복 속도도 크게 빨라진다고 한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하나 둘씩 입증되면서 정신 건강이 건강을 지키는 키워드가 됐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떤가? "우울하다", "스트레스 받는다" 같은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정작 그 정체가 무엇이고 어떻게 다스려야하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얼토당토않게 술 소비량만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고, 어디어디에 좋다는 정체불명의 건강보조식품이 판을 치고 있다. 증상이 좀 심각하다 싶으면 부적을 쓰고 굿 판을 벌이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데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나라 국민의 75%가 '정신과'라는 말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9명은 자녀에게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더라도 치료를 망설일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의사끼리도 환자에게 뺨 맞을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정신과 진료를 권하지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 정신과 약은 뇌세포를 죽여 결국 정상인을 바보로 만든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이런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친 사람을 치료하는 과'로 통하는 '정신과' 대신 '심신의학과'나 '스트레스 의학과'로 병원 명칭을 바꾸고 있다. 과연 이런 움직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엄연한 과학적 진리를 언제까지 묻어두고 있어야 하는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자문해 봐야 할 때다.
/정찬호 정신과전문의·마음누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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