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아기자기한 농구쇼는 없다! 파괴력과 스피드의 남자와 달리 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03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은 섬세함과 조직력이 돋보이는 별들의 향연이었다.중부선발로 나선 올시즌 최고 용병 타미카 캐칭(우리은행)은 기자단 투표에서 38표를 얻어 김계령(삼성생명·11표)을 따돌리고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올스타전은 팬들에게 봉사하는 날. 화려한 기량은 물론 귀여운 쇼맨십을 갖춘 캐칭은 여왕별 자격이 충분했다. 18득점과 1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중부선발의 120―112 승리를 이끌었고 승부처인 4쿼터에서만 10점을 잡아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신인왕 출신의 캐칭. 최고 용병 맞대결이 기대된 홀즈클로(국민은행)가 벤치를 지켜 아쉬웠지만, 그녀는 다양한 묘기를 선보이며 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부선발은 박정은과 변연하 김계령 등 삼성생명의 내외곽포를 주축으로 전반 내내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김영옥과 강지숙을 앞세운 남부의 반격에 3쿼터후반 한때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정규리그 스틸 1위(35개)인 캐칭은 4쿼터 막판 가로채기에 이은 화려한 드리블로 이종애(우리은행)의 골밑 슛을 끌어내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중앙돌파와 골밑 더블클러치 등 캐칭의 수준높은 플레이는 WNBA 정상급 선수임을 실감케 했다. 캐칭은 "경기를 즐기며 기분 좋게 뛰었다. 팬들에게 감사한다"며 기뻐했다.
올스타전의 백미인 3점슛 콘테스트에는 김은혜(우리은행) 김영옥(현대) 이언주(신세계)가 결선에 올랐다. 60초 동안 김은혜가 13개를 림에 꽂은데 이어 정규리그 3점슛 1위(35개) 김영옥이 22개를 집어넣자 승부는 갈린 듯 했다.
그러나 곧이어 우측 3점라인에 선 이언주가 60초 버저가 울리기 직전 날린 23개째 3점슛이 림에 꽂혀 챔피언에 올랐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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