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격이나 기본기에서 구미 무용수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느낌이었어요."세계 최고 권위의 무용 등용문인 스위스 로잔 국제무용 콩쿠르에서 입상한 서희(17·워싱턴 유니버설 발레 아카데미 유학 중) 김성민(18·선화예고 2년)양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둘은 "대회 초반에는 콩쿠르의 명성과 규모에 주눅이 들었지만 나중에는 참가자들을 나름대로 심사해볼 만큼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24개국 출신 130여명의 무용 꿈나무가 기량을 겨룬 이번 로잔 콩쿠르는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예선에서부터 클래식 지정작, 컨템퍼러리 지정작과 함께 자유 참가작을 넣어 개개인의 예술적 표현력과 창작 능력의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 자유 참가작으로 '카르멘'과 'To be necessary'를 각각 선택한 서·김 양은 정확한 동작과 기술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등수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발표 순서 등으로 보아 각각 4·5위 입상이었다. 1∼3위를 모두 남자 무용수들이 차지, 여자로서는 1·2위를 한 셈이다.
콩쿠르를 보고 온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김선희 교수는 "둘 다 신체조건이 뛰어나고 기본기가 탄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키 168㎝인 서 양은 긴 팔과 다리를 활용한 유연성, 164㎝의 김 양은 섬세한 동양적 미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번 쾌거는 러시아와의 교류로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영재 발굴이 제대로 이루어진 결과"라며 "최연소 결선 진출자로 격려상을 받은 신승원(15·서울예고 1년)양을 포함해 모두 한국 발레를 이끌어 갈 차세대 기수"라고 평가했다.
서·김 양은 입상자 9명 전원에게 주어지는 장학금(1만6,000 스위스 프랑·한화 약 1,280만원)과 연수기회를 활용, 9월부터 세계 명문 발레스쿨과 발레단에서 1년 간 유학할 예정이다. 서 양은 "영국 로열 발레스쿨에서 클래식 발레를 배울 계획"이라고, 김 양은 "강수진 언니가 수석 무용수로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으로 가고 싶다"고 밝혔다.
1972년 창설된 로잔 국제 무용 콩쿠르는 15∼18세를 대상으로 하며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모스크바 콩쿠르, 미국의 잭슨 콩쿠르와 함께 세계 정상의 대회로 꼽힌다. 한국인으로는 1985년 강수진씨가 처음 입상했고 지난해 재일동포 최유희 양과 조수연 강효정 양이 입상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주역무용수 줄리 켄트와, 키로프 발레단 수석무용수 다이애나 비쉬노바 등이 이 콩쿠르 출신이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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