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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새터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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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새터 지킴이

입력
200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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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대학 기숙사의 신입생 환영 의식(儀式)은 가혹했다. 오하이오 주립대의 두 신입생은 선배에 반항하다가 지하 감옥에 갇혔다. 이틀간 소량의 음식만 제공되었고 음료수 대신 오줌을 받을 수 있는 컵만 허용되었다. 캘리포니아주의 전문대생은 해발 1,000m의 산 속에 반팔 셔츠, 반바지 차림으로 버려졌다가 동사하고 말았다. 신참들은 '지옥 주간' 동안 선배로부터 두들겨 맞고 추위, 갈증과 싸워야 했다. 야생 음식을 먹고 죽음의 위협에 직면하기도 했다. 우리 옛 군대 전입신고식과 흡사하나 강도가 훨씬 높았다.■ 아프리카 남부의 통가족에도 성인의식이 있다. 소년이 열 살이 되면 할례학교에 보내진다. 소년들은 어른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후 3개월간 '신비의 광야'에 버려진다. 거기서 각종 시험을 받는다. 추위 속에 광야에서 잠을 자고, 물 한 방울도 없이 짐승이나 먹을 만한 더러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가 도망치다가 발각되거나, 의식의 비밀을 여자들에게 누설하면 교수형을 당한다. 54개 원시종족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가장 엄격한 의식이 성인의식이다.

■ '지옥 주간'과 '신비의 광야'는 매우 닮았다. 신입생과 소년들이 겪는 시험과정도 비슷하지만, 의식의 목적이 집단의 생존이라는 점은 거의 같다. 연구조사를 보면 혹독한 과정을 거치고 동아리에 들어온 회원은 그런 과정을 밟지 않은 사람보다 서클활동에 더 적극적이었다. 그들은 서클활동이 더 재미있고 지성적이라고 여기며, 조직에 보다 큰 충성심을 갖고 있었다. 조사자들은 서클회원들이 힘들게 성취한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한, 가혹한 환영의식은 존속될 것이라고 결론 짓고 있다.

■ 우리 대학에서도 과도한 환영식으로 신입생이 희생되는 불의의 사고가 종종 있었다. 올봄엔 총학생회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과음과 난폭행위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새터(새로 배움터) 지킴이'를 두었다. 성폭력을 막기 위한 여학생 조직 '고성방가'(고대생 성폭력 방지 가능하다)도 활약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입생과 부모의 걱정을 덜어줄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집단 생리는 본능적으로 가혹·엄격함을 추구할 것이다. 조직의 생리와 신입생 보호가 균형을 이루는 봄이 되었으면 한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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