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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특사외교 "헛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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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특사외교 "헛걸음"

입력
200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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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주변 4강 특사 외교가 별로 순탄치 못하다.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미·일을 연쇄방문하고 돌아온 고위대표단은 9일 "한미동맹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전달한 것이 수확"이라면서 "노 당선자에 대해 전혀 연구를 못한 미국 등이 우리의 설명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핵 공조 확인, 새로운 한미관계 정립 등 과제를 해결하기 보다 여러가지 '과외'의 논란을 야기한 대표단에 대한 시선은 따갑다. 12일 각각 중국과 러시아로 떠나는 특사단마저 현지 일정 조차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고도의 정치행위인 특사 외교가 성급하게 추진됨으로써 오히려 새 정부의 아마추어리즘만 부각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임동원(林東源) 대북 특사의 실패, 대북 비밀 송금 사건 등으로 현 정부의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새 정부의 외교력마저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대미 특사단은 당초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대신 딕 체니 부통령에게 노 당선자의 친서를 전달해야 했다. 물론 컬럼비아호 폭발사고 등 돌발변수가 있긴 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자의 특사가 동맹국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일은 분명 외교적으로 '사건'에 가깝다. "특사단이 미국 측과 정밀하게 면담 일정 등을 조율하지도 않은 채 미국으로 떠났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을 면담한 뒤 특사단 내부에서 서로 다른 결과가 흘러 나왔던 것도 중요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5일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을 만난 뒤 민주당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럼스펠드 장관이 미군은 원치 않은 곳에 주둔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고 밝혀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제기됐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특사단장인 정 최고위원은 "그런 얘기는 거론 조차 안 됐다"고 부인했다.

'한미동맹 재조정' 문제도 특사단의 당초 의도와 달리 미국의 노련한 외교술에 말려든 결과라는 지적이다. 특사단이 균형 잡힌 한미관계를 강조하고 나서자 미국측은 "그렇다면 한번 본격 논의해 보자"고 반색하면서 주한미군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한미관계 재설정이라는 이상을 추구하려다 감당하기 어려운 숙제를 떠 안은, 외교적 실책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특사단장인 민주단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최근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지에 도착해 봐야 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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