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눈/이상국
아침에 일어나 눈 쌓인 걸 보면
어려서도 좋았고
커서도 좋았다
눈오는 날
창을 열고 내다보면
싸락눈도 좋고
함박눈이면 더 좋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눈이 싫다
아내가 옷가게를 하고부터는
눈오는 날은
공연히 아내에게 미안하다
눈이 내리면
가게에 손님이 없기 때문인데
그런 날은
내리는 눈에게도 미안하다
■시인의 말
올 겨울 동해안에는 눈이 많이도 왔다. 그래서 깊은 산의 짐승들도 마을로 내려왔다. 누구에게나 눈이 오면 즐겁기만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약력
1946년 강원 양양 출생 1976년 "심상" 신인상 수상 등단 시집 "동해별곡" "내일로 가는 소"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등 백석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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