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겼죠. 하지만 그냥 '꽃미남'은 아니에요. 눈빛을 보세요. 특히 낮게 깔리면서 묘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가 마음에 듭니다." 10일 첫방송되는 MBC 월화 미니시리즈 '러브레터'의 오경훈 PD는 주인공 이우진 역에 조현재(23·사진)를 발탁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그러나 정작 본인은 칭찬 듣기가 쑥스러운 듯 말을 자른다. "그냥, 운이 좋았던 거죠."
조현재는 인터뷰 내내 말을 아꼈다. 좀처럼 웃지도 않았다. 그는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이라고 했지만 배역에 몰입하려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그가 맡은 이우진 역은 생모에게 버림받고 외삼촌인 베드로 신부(손현주) 밑에서 자라며 사제의 길을 걷지만 은하(수애)를 향한 사랑 때문에 번민하는 젊은이. "연기경험이 부족해 부담이 컸습니다. 이제는 두려움을 떨치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려운 배역인 만큼 의욕도 생기고 배우는 게 많습니다."
종교가 없는 그는 촬영 틈틈이 가톨릭 문화를 접하고 배우느라 바쁘다. 자문을 맡은 홍창진 신부는 "손현주씨와 함께 미사에 참석하기도 하고 자주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묻곤 한다"면서 "두 사람이 이 드라마 찍는 동안만은 죄를 짓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귀띔했다.
"수줍음 많은 성격이지만 어려서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다"는 그는 2000년 포카리스웨트 CF로 TV에 얼굴을 비친 뒤 지난해 SBS 드라마 '대망'에서세자 역을 맡아 울분을 가득 담은 강렬한 눈빛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명지대 연극영화과에 재학중인데 "살아가는데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거친 이력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눈물 연기. 첫 회는 사제서품식으로 시작해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은하와의 첫 만남에 대한 회상으로 이어지는데 눈물을 쏟아내야 하는 서품식 마지막 장면에서 감정이 잡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감독님이 5회분에서 죽은 줄 알았던 생모를 만나는 장면의 가슴 찡한 대사를 읽어주며 함께 울어주기까지 해 간신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죠."
그는 닮고 싶은 선배 연기자로 이병헌을 꼽았다. "연기에 깊이가 있고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자기 식으로 잘 소화해내기 때문"이란다.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역할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지금은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뜸을 들이더니 특유의 저음으로 또박또박 답한다. "지독한 악역이요. 영화 '공공의 적'에서 이성재가 맡았던, 돈을 위해 부모까지 죽이는 패륜아 같은."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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