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지음 문학동네 발행·8,500원한국의 가부장제를 탐구해 온 사회학자인 조은(57·사진) 동국대 교수가 첫 장편소설 '침묵으로 지은 집'(문학동네 발행)을 냈다.
다섯 살 때부터 현재까지 한 여자의 기억을 더듬은 조씨의 소설이라는 옷을 입은 '사회학적 글쓰기'이자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의 기억은 아버지의 부재(不在)로부터 시작된다. 한국전쟁 때 사라진 아버지의 빈 자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앉았다 간다.
교복을 입은 채 피난 가다가 폭격을 맞아 죽은 언니, 유신 반대 데모를 한 형 때문에 강제 징집됐다가 의문사 한 동생, 군사정권에서 월북한 학과 동기, 5·18 때 전남도청에 남았다가 불법체류자가 돼버린 조카 등. 여자가 돌아보는 사람들의 상처는 그대로 한국 현대사의 상처다. 그 상처의 처음에도 역시 낭만적 좌파였던 아버지의 행방불명이 있었다.
인도 건축가 아룬다티 로이는 "역사란 한밤중에 서 있는 오래된 집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등불을 밝히면 집 안의 조상들이 웅얼거린다. 그러나 문 앞에 선 사람들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의 마음이 전쟁에 침범 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겼지만 진 가장 나쁜 전쟁, 그 전쟁이 우리의 꿈까지 옭아매고 그 옭아맨 꿈을 다시 꾸게 한다." 그래서 역사는 계속해서 기억된다. 그 저장 방식이 소설이든 어떤 것이든.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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