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영 지음 창작과비평사 발행·9,800원고등학생 정다영(18·강릉여고 2)양은 여행은 대학에 가서 해야지 하고 미뤄뒀다. 그런데 고 1 겨울방학 때 아빠(정인회·관동대 교양학과 교수)가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보충수업 빼먹으면 안 되는데, 어떡하지? 불쌍한 고딩!" 하고 고민하다가 떠나기로 했다.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우고 싶어서였다. 다영이네 가족은 이슬람권인 팔레스타인과 요르단, 터키, 이집트를 한달 동안 여행했다.
돌아와서 내린 결론은 '여행하길 잘 했다'는 것이었다. 모의고사 점수가 80점이나 떨어져 만회하느라 고생하긴 했지만. 특히 직접 눈으로 본 팔레스타인 현실은 약소 민족의 설움과 분노, 이스라엘만 끼고 도는 미국의 횡포를 깨닫게 했다.
'다영이의 이슬람 여행'은 다영이가 이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 책이다. 잘 몰랐던 이슬람 문화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에 감탄하고, 팔레스타인의 안타까운 현실에 분노하기도 하면서 다영이는 우리 교과서의 서구 편중과 근대화 제일주의를 비판하기도 한다. 교과서와 여러 책에서 읽은 내용을 엮어 이들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도 했다. 고교생이 쓴 것이지만 짜임새가 있고 나름대로의 비판적 시각이 살아 있어서 또래 친구들에게 권할 만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을 처음으로 직접 보았죠. 지구 저 편에 그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을 줄 몰랐어요. 내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죠. 신문의 국제면을 열심히 읽는 버릇도 생겼구요. 그런데, 요즘 미국이 이라크를 치려고 분위기를 몰고 가는 걸 보면 화가 나요. 솔직히 미국이 억지쓰고 있는 거 아녜요?"
다영이는 올해 대학생이 된 언니(정다훈)가 고 1 때 중국 관련 책을 두 권이나 쓴 것을 보고 책 쓸 용기를 얻었다. 언니는 아빠가 베이징대학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따라가 1년간 머물면서 보고 들은 것을 '클릭 차이나'(아빠와 공저), '지금 중국이라 하셨나요' 두 권으로 썼다. 세상을 여행하며 배우고 그것을 책으로 펴내는 것, 다영이네 집의 자녀 교육법이기도 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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