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부진, 유가 급등, 북한 핵 문제, 정권 교체기의 혼돈 등이 겹치면서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7%에서 5.5%로 하향 조정했다. 불과 1개월여 만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소비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한은의 '1월 기업 경기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80으로 기준치 100에 훨씬 못 미쳤다. 2년 만에 최저치다. 전경련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의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소비는 급격히 위축되고, 투자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외국 투자기관들은 올해 우리 성장률을 4% 전후로 내려 보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경기 하강 속도가 너무 빠르고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당초 전망보다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지만, 금리 등 금융정책이나 재정지출 확대 등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국내외 여건의 불투명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를 압박하는 외적 요인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내부의 불투명성과 불확실성만이라도 조속히 제거해야 한다. 경제가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것은 당국의 노력으로 상당 부분 가능하다고 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정부와의 마찰, 인수위와 재계와의 갈등, 불명확한 새 정부 정책방향 등이 불안 심리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을 새 정부측은 잘 알아야 한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기업 경영의 최대 애로 사항으로 꼽혔다는 한은의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