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가 시작된 것일까. 7일 외국인들이 사흘째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시가총액 상위 블루 칩을 팔아치우자 증시 전문가들은 숨을 죽인 채 시장의 흐름을 지켜 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 악재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충돌한데다 유가 상승세 속에서 반도체 값이 떨어지고 미군 철수 악재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순 매도 현상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반도체값 급락·유가 상승이 투자심리 강타
가뜩이나 DDR D램 가격의 하락으로 반도체주는 최근 약세에 허덕였다. 이날 D램 가격은 더 떨어져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전날 보다 2.47% 내린 3.94달러까지 하락, 최저가에 이어 평균가도 4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두바이유 기준 국제 유가는 장외거래에서 29.33달러까지 속등하며 10일 이동평균가격도 29.11달러로 치솟았다. 당연히 아시아 경제, 특히 유가에 민감한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SK증권 현정환 과장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흐름과 유사하게 움직여왔다. 필라델피아 지수는 지난 달 27일 전저점이 붕괴됐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그 동안 53%선을 유지해왔다. 반도체 값 우려에 맞춰 그 동안 미뤄왔던 삼성전자 지분율에 대한 매도물량이 출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핵위기 증폭 우려 맞물려
구체적 종목에 영향을 주는 반도체나 원유가 불안 외에 이라크 공격 임박설 등 국내외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증폭 역시 시황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전날 북한 외교관의 '선제공격 가능설'에 이어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미군 철수 관련 공개거론도 한반도 안보 우려감에 기름을 부었다.
SK텔레콤 등 실적 실망 업종 대형주 외에 우리금융, 국민은행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전반적 하락세가 이 같은 투자심리를 보여주고 있다. 성진경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전날 북한 선제공격론에 대한 CNN의 과장스런 보도로 외국인의 불안감이 절정에 달했다"며 "이런 분위기가 상승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외국인의 대거 손절매를 불렀다"고 말했다.
추가 하락 우려 짙어
심리적 지지선인 580선이 붕괴함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는 새로운 저점을 테스트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극심한 투자심리 위축에 신정부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전자 주가를 기준으로 25만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시 전문가 역시 "외국 투자자의 한국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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