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올 경영계획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6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명하는 CEO 컨퍼런스콜(전화 투자설명회)을 열었으나, 오히려 '투자계획 불변' 에 따른 실망 매물로 주가가 또다시 하락했다. 이날 컨퍼런스 콜 기대로 상승 출발한 SKT 주가는 "투자 계획을 재조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약세로 돌아섰고, 오후들어 6%나 폭락하며 또다시 17만원선으로 내려앉았다. 외국인과 기관의 집중 매도로 장 중 한 때 16만5,0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CEO가 2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투자자 설득에 나섰지만 시장은 안타깝게도 SKT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SK텔레콤의 공동 대표이사인 손길승 SK그룹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했다는 소식도 엎친데 덮친 격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룹 총수가 재계 대표를 맡을 경우 SK그룹의 'Cash cow(현금창출원)'인 SK텔레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표문수 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올 투자계획 2조5,000억원은 기본적으로 재조정하지 않겠다"며 "다만 WCDMA(비동기IMT-2000사업) 투자 5,200억원은 투자수익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투자할 것이며 지속적으로 투자계획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말 예상했던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공제 이전 기업이익) 마진(50%)과 지난달 발표된 수치(47.3%)에 차이가 있어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은 점과 IR(투자홍보) 부실에 따른 시장의 오해에 대해 사과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3일 실적발표에서 올해 투자계획을 당초보다 1조원 많게 발표한 뒤 주가가 폭락하고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다음날 '재검토(Review)'계획을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기대됐던 투자비 축소 발표는 없었고 3% 자사주 소각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도 나오지 않았다.
표 사장은 "자사주 소각은 상황을 따져 최선의 방법으로 시행하겠다"며 "올해 배당규모에도 큰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컨퍼런스콜에 참여한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은 "신뢰 회복을 위해 CEO가 나선 의도는 좋았다"고 평가하면서도 "알맹이가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SK텔레콤 내부와 시장의 혼선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점, CEO가 나서서 투자계획을 지속적으로 점검키로 한 것, 주주중시 경영의지를 보인 것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투자계획이 크게 바뀌지 않아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돌아올 몫이 적다는 점에 주목한 것. 주요 이슈인 WCDMA 사업 투자의 구체적인 투자회수시기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지만, 표 사장은 "현재 WCDMA에 대한 정확한 수익성 계산은 나오지 않았다"며 모호한 설명을 했다.
이에 대해 동양종금증권 이영주 연구원은 "수익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투자를 유보해야 하며, 수익성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투자회수가 기존 서비스보다 1∼2년 늦다고 말하는 것은 이율 배반적인 논리"라고 지적했다.
즉 회사측이 WCDMA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를 하지 않았거나, 검토를 충분히 한 자료가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LG투자증권 정승교 연구원도 "CEO 컨퍼런스 콜 이후에도 여전히 투자계획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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