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진우(38·사진)씨가 두번째 시집 '내 마음의 오후'(천년의시작 발행)를 출간했다. 서울에 살던 그가 아내와 두 아이를 더불고 거제도로 내려간 지 3년 째다.'네 몸에 쓰네,/ 내 모든 것'이라는 두 줄의 시 '사랑'으로 시작되는 새 시집은 바다 냄새가 절반쯤 배어 있다. 2부 '따뜻한 바다'가 그렇다. 세상은 서울에서 시작됐지만 '세상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 못 이루고' 그는 거제도로 흘러왔다.
섬마을에서 보고 듣고 비비면서 살아가는 순간 순간이 그대로 시가 된다. '해달이 바다를 베고 눕고/ 어린 자식들은 물장구를 칩니다/ 멀리서 추억 몇이 헤엄치고/ 아내는 모래를 덮고 눕습니다'('내 마음의 오후'에서)
그런가 하면 '전화번호씨' '월급봉투씨' 등 1부의 시는 도회적이되, 도시에서 시달린 숨찬 삶에 대한 냉소가 천진하게 섞여 있다. 섬으로 떠나기로 하고 회사를 그만두면서 쓴 '회사씨'의 몇 구절. '굳이 이유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일신상의 이유, 그 하나만으로 당신을 떠납니다/ 이렇게 당신을 떠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