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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초콜릿은 더이상 주기싫어"/발렌타인데이 맞아 수제품·명품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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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초콜릿은 더이상 주기싫어"/발렌타인데이 맞아 수제품·명품 "불티"

입력
2003.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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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이탈리아의 유명한 엽색가 카사노바가 남성적 힘의 원천이라고 격찬한 것. 아즈테카 왕국의 황제 몬테주마와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가 자신들의 왕성한 생식력을 자랑하며 추천한 것. 바로 '초콜릿'이다. 14일은 발렌타인 데이. 사랑하는 연인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이날을 맞아 노소 가릴 것 없이 '초콜릿 열기'가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하지만 초콜릿은 이제 기호품이 아니다. 와인처럼 초콜릿도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며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섰다.수제 초콜릿 '연인 감동'

서울 역삼동 영동고 앞의 '초콜릿 캐슬'. 손으로 만들었다는 '핸디메이드' 초콜릿 전문점 국내 1호랄 수 있는 이 곳은 요즘 선물용 초콜릿을 사려는 젊은 여성들로 만원이다. 2001년 말 문을 연 이 곳은 제주에 있는 초콜릿 박물관겸 공장에서 생산된 초콜릿만을 판매한다.

주인 한예석(54·여)씨는 "손님들이 이젠 초콜릿 맛을 알아 아무 초콜릿이나 사는 법이 없다"며 "정성들여 만든 수제 초콜릿의 세련된 디자인은 고객 뿐 아니라 선물을 받는 연인들도 감동시킨다"고 말했다. 지배인 주진환 부장은 "초콜릿 종류와 포장을 고르고 또 패킹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합쳐 손님 한 명이 가게에 30분 이상 머무르는 것은 예사"라며 "초콜릿 포장은 제품의 절반"이라고 거들었다. 실제로 초콜릿 하나는 1,100원. 하지만 이를 담는 박스포장 비용은 적게는 1만2,000원, 많게는 3만5,000원이나 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있다.

수제 초콜릿 인기는 호텔도 마찬가지. 서울 힐튼호텔의 베이커리 실란트로 델리는 초콜릿을 담는 박스까지도 아예 초콜릿으로 만든 '박스 초콜릿'을 판매한다. "호텔 초콜릿은 시중의 일반 제품보다 훨씬 부드럽고 연해요. 크림을 많이 섞고 밀크보다는 진한 맛의 다크나 화이트 초콜릿을 많이 내놓지요."

하루 1,000개 가까이 10년 넘게 초콜릿만을 만들어 '초콜릿 맨'으로 불리는 이길영(43) 부주방장은 "요즘은 술이 들어간 초콜릿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초콜릿은 신이 내려 주신 오묘한 식품"이라는 그는 "만들수록 깨우치는 것보다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초콜릿 예찬론을 폈다.

개성 우선, 가격 뒷전

초콜릿에 대한 입맛의 변화는 고급화·고가화로 이어지고 있다. "작고 예쁜 것, 개성있는 것이 아니면 잘 팔리지가 않습니다. 가격은 뒷전이에요." 현대백화점 본점 초콜릿 담당 바이어 최영식 대리는 "고객 성향을 보면 초콜릿이 꼭 팬시제품 같다"고 평했다. 이 백화점은 올해 유명 수입 초콜릿인 고디바 외에 전시될 초콜릿 브랜드를 늘렸다. 수제품으로 무방부제와 천연향을 내세우는 벨기에산 명품 노이하우스를 비롯, 메어리, 지라셀리 등 고급초콜릿과 퓨전 초콜릿, 중저가 초콜릿 등 다양한 제품을 발렌타인용으로 선보이고 있다. 다른 몇몇 제품과 달리 직수입되는 노이하우스는 올해 갤러리아와 롯데 삼성프라자 등에서도 판매될 예정. 서울 이대앞의 벨기에 수입초콜릿 전문점으로 자리잡은 마농초코 역시 붐비긴 마찬가지.

초콜릿도 이젠 전문점 시대

영국에서 초콜릿을 배운 국내 쇼콜라티에(초콜릿을 만드는 사람) 1호 김영미(35)씨는 "초콜릿은 이제 제과점에서 독립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인다. 빵집에서 곁다리로 파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인 만큼 전문점 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

그는 "일본에만 초콜릿 전문점이 400개"라며 "선진국 경우를 보더라도 앞으로 초콜릿 전문점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초콜릿 판매가 늘어나게 되고 그러면서 초콜릿의 종류도 다양화, 수요도 계층화된다는 것이다. 수원여대 제과제빵과 교수인 그는 초콜릿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초콜릿으로 시계, 꽃, 화분, 촛대, 얼굴, 액자 등 공예품을 만드는 초콜릿 아티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초콜릿 문화의 탈바꿈

제주 대정읍 일과리에 가면 조그만 성곽 형태의 건축물을 볼 수 있다. 국내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초콜릿 박물관 '초콜릿 캐슬'이다. 동명의 초콜릿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예석씨가 세운 이 박물관은 초콜릿 제조과정을 보여주며 세계각국의 초콜릿 상자 400여개 전시장과 초콜릿 숍을 구비하고 있다. 비디오실에서는 초콜릿의 역사와 상식등의 내용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틀어 준다.

초콜릿에 대한 관심은 초콜릿 직접 만들기로까지 이어져 최근 초콜릿 제조법만을 전문 강의하는 학원도 생겨났다. 외국에서 10년간 초콜릿을 배워 귀국한 김동원씨가 세운 PIS학원의 수강생은 15명. 한달 과정에 해외의 기술과 현장 레서피를 그대로 사용한다. 김 원장은 "초콜릿 전문가보다는 취미로 즐기거나 제조법을 직접 배워 선물이나 작품을 만들어 보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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