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출신인 손길승 SK회장이 6일 재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수락하고 7일 취임하게 되면서 노무현 신정부와 껄끄러운 관계였던 전경련에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손 SK회장은 이날 수락 일성으로 "재계와전경련이 신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주(상류층의 도덕적 책임)를 발휘해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신정부 관계 손 SK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하는 전제조건으로 정부와의 협력 국민에게사랑 받는 전경련으로 거듭 태어날 것 회원 상호간의 친목과 협력 전경련 회장단의 절대적지지 등 4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번째와 두 번째 조건은 신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전경련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던 대통령직 인수위윈회도 손 회장이 오너 출신이 아닌 전문경영인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 회장은 당초 회장직을 강력히 고사했지만 오너 회장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전경련의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손 회장을 지지했고, 원로급 회장들도 그의 능력과 경륜을 높이 샀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달 15일 손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장직 수락을 요청하며 물심양면의 지원을 다짐했다.
이학수 삼성구조조정본부장도 손 회장을 만나 이 회장의 이 같은 메시지를 재확인했다. 삼성과 SK는 지난해 KT민영화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등 관계가 썩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 삼성은 손 회장을 적극 밀었다.
손 회장의 가장 큰 과제는 신정부의 재벌개혁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이다. 전경련은 노 당선자가 천명한 집단소송제, 출자총액 제한제도, 상속.증여세 포괄주의 등 3대 재벌개혁 과제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혔고 노 당선자는 정면돌파를 선언한 상태다.
손 회장은 평소 '정부와 기업은 협력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왔던 만큼타협하고 협력하는 쪽으로 정부정책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은 재계대표 단체라는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정책 등에 대해 재계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도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일 것"이라고말했다.
그러나 재계는 손 회장이 민감한 사안인 재벌개혁 문제 등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의 줄타기에서 실수하거나 재계간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할 경우 입지가 급속히 약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 SK그룹 경영구도 변화 손 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하게 됨에 따라 SK의 경영권 구도에도 큰 변화가 생기게 될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SK는 손 회장이 SK그룹 회장으로서의 활동을 계속할 것이며 최태원 SK(주) 회장과 파트너십 경영체제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경영인(손 회장)과 오너(최 회장)의 '쌍두체제'로운영돼 온 SK가 손 회장의 전경련 회장 취임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손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최 회장의 '원톱체제'로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 손길승 회장은 누구
손길승 SK회장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재벌그룹 총수에 오른 스타 전문경영인이다.
평사원으로 65년에 SK(당시 선경직물)에 입사한 손 회장은 SK그룹 경영기획실장, SK텔레콤 대표이사 부회장, SK구조조정본부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고 최종현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손 회장은 98년 당시 38세였던 최태원 현 SK(주) 회장의 후견인으로 그룹회장에 취임, 5년여 동안 재계 3위의 SK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 회장은 회장 취임 당시 "(최 회장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1∼2년 정도만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자의반 타의반으로지금까지 그룹 회장직을 이어가고 있다.
SK의 '쌍두마차' 경영이 잡음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손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과 리더십에다, 사심 없이 오너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재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손 회장의 장점은 재계의 마당발이라고 알려질 정도의 폭 넓은 대인관계와 강력한 업무 추진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남다른 식견으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과 동북아 경제공동체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아시아권 경제협의체인 '보아오포럼'의 이사도 맡고 있다.
1941년 경남 하동 출생으로 서울대 상학과를 졸업한 뒤 ROTC 1기로 군복무를 마친 그는 재계와 금융권에 지인이 많으며 박연신 여사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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