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대북 비밀지원 사건의 와중에서 불거져 나온 2건의 의혹 사건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2000년 4.13총선 직전 2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여야 의원에게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마자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면서 정치권에 '리스트 공포'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것.한나라당은 6일 '현대상선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대북 비밀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에 활용할 태세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현 정권은 물론 신 정부의 일부 인사들이 여기에 연루돼 있다"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대북 비밀지원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의지를 밝혔다가 정치적 해결로 선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규택(李揆澤) 총무도 "우리 당 의원이 (리스트) 증거를 갖고 있다"면서 "당시 당선된 분이나 떨어진 분이나 돈을 원 없이 썼다는 얘기가 있으며, 이게 모두 입막음용이었다"고 거들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4·13 총선 직전 외국 선박사에 대한 용선료 지급 등의 명목으로 허위 전표를 통해 200억원의 비자금을 마련, 정치권에 제공한 물증을 지난 대선 전에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현대상선이 여권의 중점관리대상 인사 20∼30여명에게 자금을 뿌린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김방림 리스트'도 만만찮은 파장을 부르고 있다. 김 의원과 친분을 유지해 온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불과 1년2개월여 앞두고 행여 이름이 리스트에 오를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후원금 등을 통해 받은 돈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구설수에 오르면 끝이라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김 의원이 2000년 전국구 공천을 받으면서 거액을 공천 헌금으로 당에 납부하려고 했으나 당 지도부가 '오랫동안 고생한 만큼 괜찮다'고 만류했다"며 "김 의원은 고심 끝에 그 돈을 지역구 출마자들에게 선거자금에 보태쓰라며 골고루 나눠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 가까운 한 동교동계 의원은 "선거 때 자기 돈만 갖고 선거를 치르는 정치인이 누가 있느냐"며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정치인 모두가 범죄자가 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이번 사건 외에도 진승현 게이트 등에 연루된 점으로 미뤄 돈을 받은 의원들이 더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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