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늘](716)스위스 여성 참정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늘](716)스위스 여성 참정권

입력
2003.02.07 00:00
0 0

1971년 2월7일 스위스 여성이 참정권을 얻었다. 스위스의 역사는 13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 나라 여성들은 남성과 동일한 정치적 권리를 얻기 위해 무려 7세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 날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남성으로만 이뤄진 스위스 유권자들은 찬성 62만여 표 대 반대 32만여 표로 자국 여성의 참정권을 승인했다. 스위스를 이루는 20개 주(州: 캉통) 가운데 여섯 개 주에서는 반대표가 다수였다. 스위스는 유럽에서 여성 참정권을 가장 뒤늦게 인정한 나라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보통 선거 제도의 확립이 예외적으로 뒤늦었던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공화정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나라로서 별난 일이라고 할 만하다.그러나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정치적 권리를 지녀야 한다는 생각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랜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여성이 남성과 평등한 참정권을 갖게 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20년에 들어서다. 민족자결주의라는 상표로 세계 도처에서 좋은 평판을 얻었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자국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는 데 완고히 반대해 자신의 평판을 크게 깎아먹었다. 영국 여성은 1928년에 들어서야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얻었다.

혁명과 공화주의의 나라 프랑스는 어떤가? 프랑스 혁명기의 여성 연극인 올랭프 드 구주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 단상에 오를 권리도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지만, 프랑스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얻게 된 것은 1944년에 와서다. 그러니까 한국 여성이 1948년에 남성과 동일한 참정권을 얻게 된 것은 외국인 자매들의 기나긴 투쟁의 열매를 거의 거저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 종 석/논설위원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