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지원 사건에 대한 여권의 대응 방향이 관련자의 국회 출석 및 비공개 증언이 이뤄진 이후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추진하는 쪽으로 압축되고 있다.청와대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측, 그리고 민주당에서 '완전 공개 불가'를 강조한 김 대통령의 5일 언급을 두고 '비공개 증언이라면 가능하다'고 보는 해석이 일제히 제시되면서 이 같은 기류가 형성됐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야당에 의해 이 사건의 관련자로 지목된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통일특보 등이 국회에서 비공개로 대체적인 의혹을 해소하면 김 대통령이 국민과 국회를 상대로 해명을 통한 마무리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여권이 막후 절충을 통해 최대 공약수를 찾아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같은 절충형 구상에는 기본적으로 특검제를 실시하기 보다는 비공개 증언 이후 야당의 양해를 얻어 국민을 설득함으로써 이번 사건을 조용하게 처리하고 싶은 기대가 깔려 있다. 최근 청와대쪽에서 "특검제로 낱낱이 파헤치면 현대가 죽는다","초법적인 대북 사업을 법으로 심판하면 남북관계에 파탄이 온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비공개 증언을 통해 비밀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야당 의원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면 어렵게나마 문제가 풀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특검제 실시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데에 비해 노 당선자측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노 당선자가 6일 이번 사건의 조속한 매듭을 거듭 촉구하면서 "청와대와 국회가 모두 양보해야 하고 특히 국회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 것도 양면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이 발언에는 야당의 협조를 촉구한 측면도 있지만, 기왕에 특검제를 하려면 새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게 여야가 빨리 합의해서 절차를 진행시키기를 바라는 뜻도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노 당선자측은 야당이 비공개 증언을 반대한데 대해서도 완전 비공개를 관철하기 보다는 공개 대상 및 범위를 야당과 협의할 수 있다는 신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에 줄 것은 주겠다는 뜻이다. 야당과의 협상 창구인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 등 당 지도부의 입장은 대략 청와대와 노 당선자측 사이의 중간지점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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