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때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우천택(禹天澤·36)씨는 "성자(聖者)가 다 됐다"는 소리를 듣는다. "흉한 몰골 때문에 식당에 가도 문전박대를 당하고, 목욕탕에 가는 것은 꿈도 못꾸는 등 사실상 전염병 환자로 취급당하면서 살아왔다"며 쓴웃음을 지은 그는 "처음에는 무척 억울했으나 요즘은 체념했다"고 말했다.의료보험 혜택 못 받아
외래환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화상환자는 매년 20만여명을 웃돈다. 그러나 이들은 혐오스러운 외형에서 비롯된 편견과 차별로 보통 장애인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의료와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지은(가명·21·여)씨가 얼굴 전체와 양쪽 팔에 3도 화상을 입은 것은 한창 대학생활에 재미를 붙이던 2001년 가을. 이씨는 그간 5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단 한번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손바닥 크기의 피부이식 수술을 한번 받는데 드는 비용이 500만원이나 들지만 피부 재건수술도 성형수술로 분류돼 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 이씨는 "가벼운 감기도 보험이 되는데 사회적 약자에게 아무런 혜택도 주어지지 않다니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취업에서도 차별
화상 환자들은 흉측해진 외모 때문에 취업도 어려워 경제적인 자립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11월7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화상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1인 시위를 벌였던 김광욱(金洸郁·29)씨는 "화상 환자에게는 대학 졸업장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울먹였다. 생후 7개월 때 연탄 아궁이에 빠져 얼굴 전체를 덴 그는 한쪽 귀가 녹아 내리고 눈이 감기지 않는데다 입이 벌어지지 않는 중상을 입었다.
어렵게 학업을 계속해 4년제 대학을 졸업, 필기나 서류전형에 수없이 합격했지만 면접이라는 관문을 넘지 못해 아직도 실업자 신세다. "보기가 흉하다는 이유로 내쫓기기 예사였다"는 그는 "화상 환자는 취업과정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제등 법적인 보장을 받는 장애인보다 더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로 인정해야
화상 환자들은 '화상장애법령'을 별도로 제정해 장애인 범주에 편입시키고 흉터 완화를 위한 재건 성형시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이들을 '중증장애인'으로 분류, 각종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안면화상도 장애 범주에 포함시키겠다는 내용의 관련법을 입법 예고한 상태지만 안면 화상에 국한돼 있는데다 시행된다 하더라도 의료혜택은 받지 못해 화상 환자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단법인 화상가족협의회 우숙형(禹叔亨·31) 총무는 "장애 화상은 불의의 사고로 몸과 마음을 다친 후천적 장애"라며 "이들에게 적절한 의료혜택과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 수 있게 하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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