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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열전 / 만도 김치냉장고 "딤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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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열전 / 만도 김치냉장고 "딤채"

입력
2003.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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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2월 서울 강남에 사는 주부 박지연(가명)씨는 '김치 냉장고―딤채'라는 생소한 가전제품을 집안에 들여 놓았다. 얼마 전에 장만한 대형 냉장고가 있는 터라 다른 냉장고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3개월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안에 귀가 솔깃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개월 후 박씨는 "왜 진작 이런 냉장고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며 딤채를 구입했다고 한다.당시 이렇게 뿌려진 딤채만 무려 2,000여대. 3개월간 무료 사용 후 구매의사가 있는 사람에게는 50% 가격으로 준다는 조건을 달았다. 3개월 내내 가슴을 졸였던 만도공조 마케팅 팀은 시제품 기간이 끝난 후 환호성을 질렀다. 시제품을 가져간 2,000여명 가운데 불량품을 받았던 13명을 제외한 전원이 모두 딤채를 사겠다고 했기 때문. 김치 냉장고의 대명사인 딤채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라

딤채는 출생부터 철저하게 마케팅 전략에 충실한 제품이다. 자동차 부품 등 산업재를 만들어온 만도공조가 소비재로 방향을 바꿀 것을 작심하고 가전제품 개발에 뛰어든 것은 1993년.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가 가전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TV 생산등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마침내 3년간 꾸준한 소비자 조사를 통해 김치 냉장고로 품목을 결정했다.

사실 일반 냉장고의 경우 서양의 건조음식 보관에 맞게 설계됐기 때문에 국물 음식이 많은 한국에는 맞지 않는다. 대대로 김장독을 사용해온 것도 김장독이 국물이 많은 김치의 숙성과 보관에는 최고이기 때문. 결국 만도공조는 산업재 생산을 통해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김장독의 원리와 현대적 공조기술을 접목해 수백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기능성 냉장고의 시초인 김치 냉장고를 만들어냈다.

입 소문이 무섭다

입 소문이 무섭다는 옛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처음 나온 95년에 불과 4,000대만 팔렸던 딤채는 1년 만에 다섯 배가 늘어난 2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140만대나 팔리면서 가전업계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처럼 놀라운 판매 신장은 시제품을 써봤던 2,000여명을 시작으로 김치 냉장고의 주 고객인 주부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바로 입 소문 때문이었다.

마케팅 팀 김종우 과장은 "마케팅비가 아까워서 입 소문에만 의지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1년 가까운 고민 끝에 신제품 속성상 대대적인 광고를 해도 주목만 끌고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일부러 입 소문만 낸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팀은 이를 위해 TV 광고 등도 너무 튀지 않는 대신 주부들의 입 소문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내용으로만 꾸몄다.

정확한 타깃을 잡아라

딤채 마케팅의 또 다른 숨은 비결은 철저한 타깃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김치 냉장고의 주 고객인 주부를 겨냥해 지속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96년 초반 세일 기간 대가족과 함께 사는 주부에게 무려 절반 값에 김치 냉장고를 판매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 결국 한동안 주부들 사이에는 딤채 계를 드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시판 초기부터 강남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등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 김치 냉장고를 사는 주부가 '중산층 주부'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

김종우 과장은 "시판 초기 유통업체 등을 통해 각종 경품행사의 1등 상품으로 제공했던 것이 나중에 주부들에게 딤채를 갖는 것이 소원처럼 여겨지는 풍조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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