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로 주가가 하락하자 기업들이 자기회사 주식(자사주) 취득에 적극 나서고 있다.기업들은 늘어난 이익으로 자사주를 싼 값에 매입해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우호 지분을 늘리고, 유통물량을 줄여 주가도 관리하는 이중 효과를 내고 있지만, 이들 자사주는 소각되지 않는 한 주가가 상승하면 언제든 시장에 다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가부양 효과는 미미하다.
특히 일부 기업 대주주나 임직원 등 내부자들은 자사주 취득 기간에 오히려 주식을 내다팔아 '주가안정'이라는 자사주 취득 목적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증권에 따르면 올들어 거래소 시장에서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업체는 모두 13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4개사)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SKT가 1월에 8,522억원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KT(7,306억원) LG상사(50억원)도 1월에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다. 풀무원과 한미은행 조선내화 녹십자 삼성SDI LG전자 등도 올해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발표했다.
올들어 자사주 취득을 위한 신탁계약을 체결한 코스닥 등록기업은 60개사로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9개 기업은 이미 1월에 자사주 취득을 마쳤고 이들이 사들인 자사주는 213만주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19% 증가했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량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수급부담을 줄여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현재 주식이 저평가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일부 코스닥 기업의 경우 이익이 나지 않으면서도 보유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기 때문에 증시가 상승하면 언제든 다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자매매조사 전문업체인 아이스코어(www.iscore.co.kr)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자사주 취득기간에 코스닥시장에서는 약 729억원 규모의 내부자 매도가 이뤄져 매수금액 316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거래소의 경우 매수금액이 3,030억원으로 매도금액 739억원에 비해 월등히 많았으나 매수금액 중 대부분은 LG그룹 내부자들의 매매에 의한 것으로 이를 제외할 경우 사실상 자사주 취득 기간 내부자 '매도우위'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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