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해 최고 경영자들에게 강의할 때마다 나오는 질문 중 하나는 유로화에 관한 것이다. 유로화는 지난해 출범했지만 이미 미 달러화와 함께 세계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은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경험하였으나 내년에는 회원국이 25개로 늘어나는 유럽연합(EU)이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을 완성하게 되었다.반면 한국은 한국전쟁 후 아직도 전쟁 위협에 시달리고 있으며 남북협상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됐으나 별 진전은 없다. 남북문제는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이웃 나라들과도 이해 관계가 얽혀 있지만 결국은 남북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남의 일이 아니다. 통합과정에 많은 난제가 있었으나 협상을 통해 극복한 유럽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경제의 활성화 차원에서도 남북경제공동체, 나아가 동북아경제공동체가 필요하다. 이웃인 일본과 중국이 끼고 미국과 EU를 업저버로 해 남북경제공동체를 탄생시켜 남한의 산물들이 관세 혜택을 받아 어디에서나 '코리아'의 이름을 달고 수출할 수 있게 되면 남북이 경제이익을 위해 통합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유럽 통합의 모델을 본받아 남북경제 공동체와 일본, 중국이 하나의 아시아경제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다.
유라시아 동쪽의 시장이 번영한다면 유럽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이 시장이 살아난다는 것은 유럽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로화를 이곳에 진출시켜 아시아단일 통화가 출현하는 시점에 서로 연계한다면 미국 및 유럽 그리고 아시아가 세계적인 경제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동북아에서 한중일 3국의 경쟁, 즉 라이벌 의식은 세계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남북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베네룩스공동체나 유럽연합의 모델을 따라 남북 문제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뜻밖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는 유엔이 지정한 나진· 선봉 자유무역지대가 있지만 아무도 가려고 하거나 공장을 세우려 하질 않는다. 중국 국경과 인접한 백두산 지대의 오지이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보면 훈춘, 북한에는 나진·선봉인데 고속도로까지 새로 건설해야 하는 등 시설에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대안으로 이미 인프라가 갖추어진 강화도나 인천 혹은 비무장 지대나 개성 등에 자유 무역 지대를 선포하고 일본이나 중국으로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도록 5년 정도 시험해보면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다.
옛날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이 실패한 이유는 순전히 자신의 이익만을 노린 제국주의적인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일방적인 이해 관계를 가지고 경제 공동체를 만들 수는 없다. 유럽은 수백 년 동안 크고 작은 전쟁을 해왔으나 이제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화폐와 경제 주권도 포기하고 유로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모델이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될 수 있다.
박 영 신 보나미 텍스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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