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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선거참모

입력
2003.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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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비밀 송금 의혹이 터지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새 정부의 인사문제가 절정에 달했을 시기다. 개혁형이냐, 안정형이냐 등을 두고 화제들도 무성했겠지만 정세가 돌변해 인사얘기는 쑥 들어가 있다. 초대 총리로 고 건씨가 지명되면서 안정형 인선이 잠시 부상하더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일하겠다고 밝히면서 내각 등 향후 인선에서는 개혁기조가 예고된 상태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라면 정권의 철학과 이념, 정책에 동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할 것이다. 보다 좁게는, 악전고투의 선거 기간 동고동락을 같이 한 측근 참모들이라면 뜻을 '가장'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선거 승자에게 참모의 중용은 당연한 인선기준이다. 실제로 김원기 정대철 고문이나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내정자 등은 참모 중의 참모들이었다. 교수들과 젊은 386세대 등 헌신적이었던 참모들은 수두룩하다.

■ 그러나 선거참모 중용이 대통령에게 성공을 보장하느냐 하면 그 것은 별개다. 대통령제의 발명국 미국에서도 이 논란에는 지금도 해답이 없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발간한 정권이양 지침서 격인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은 이 문제에 대한 양론을 곳곳에서 제기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그들이 '적과 나'라는 흑백논리에 젖어 있으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 본 경험이 없다고 지적한다. 또 기질은 거만하고 정부 업무에는 무지하면서 감정적인 탓에 통제가 어렵다는 특징을 갖고 있어 곤란하다.

■ 반면 전투를 치르며 이미 검증된 사람들이 바로 이들 참모들이다.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고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옹호론이다. "대통령을 위해 총탄을 대신 맞아주고 전진했던 사람들"이고 대통령의 리듬과 필요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레이건 정부 때 이란-콘트라 사건은 이런 참모들이 백악관을 떠난 게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한다. 잘된 인사는 예술과도 같다. 새 정부의 인사를 '감상'해 볼 때가 다가온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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