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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개혁의 함정, 월권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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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개혁의 함정, 월권 유혹

입력
2003.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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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이나 경총을 실제 운영하는 상근 부회장들은 꽤 연세가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젠 좀 젊으신 분들, 새로운 개방적 사고를 가진 분들이 맡아서 같이 일을 해나가는 게 좋겠다."노무현(盧武鉉) 당선자의 경제정책 브레인인 김효석(金孝錫)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쇄신론을 제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손병두(孫炳斗·62) 전경련 부회장과 조남홍(趙南弘·67) 경총 부회장을 지목한 발언이다. 두 사람이 재계를 대변해 신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벌정책과 노동정책에 노골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왔기 때문에 의도가 무엇인지도 분명하다.

재벌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등장할 정도로 국민적인 공감대가 넓다. 전경련 쇄신론도 이들이 재계 전체가 아니라, 몇몇 재벌기업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비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아무리 그 뜻이 순수하더라도 김 의원의 발언은 민간단체의 인사를 좌우하려는 월권이며, 관치(官治)적 발상이다. 기본적으로 경제단체는 회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이며, 상근부회장은 그런 일을 해야 하는 자리다.

신정부 주도세력은 벌써 월권의 유혹에 빠진 듯하다. 한쪽에선 재벌개혁을 논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재벌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들을 불러 "송도를 연구개발(R&D) 허브로 구축할 테니 연구소도 옮기고 투자도 해달라"고 일방통보식 협조요청을 했다. 수지타산이 맞아야 입주할 터인데 인수위 측은 삼성전자의 기흥연구소, 현대차의 마북리연구소 등 간판급 연구소들이 입주하기로 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개혁의 이름으로 독선적 정책을 밀어붙였던 문민정부 초의 '신경제 100일 작전'과 현 정부 초기의 '빅딜'의 비극적 종말은 신 정부 주도세력들이 되새겨봐야 할 교훈이다.

김경철 경제부 차장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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