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와 유가상승이 지속되고 미·이라크 전쟁불안감이 고조되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체감 경기가 바짝 얼어붙으면서 소비의 견인차였던 가계대출도 1월 중 24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 내수의 급격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한국은행은 6일 "당초 예상보다 경제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1개월여만에 수정, 5.7%에서 5.5%로 하향 조정했다. 물론 5.5% 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괜찮은' 전망이긴 하지만, 1개월여만의 전망치 수정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시장 심리와 기업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소비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며 "작년 12월 백화점 판매액 지수가 전년 동기대비 13.8% 줄었고, 작년 초 이후 감소하던 재고도 증가세로 반전됐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전국 1,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 1·4분기 소비자태도 조사에서도 소비지출지수는 49.9를 기록, 전분기의 50.2보다 하락하며 2001년4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외국계 투자기관도 한국경제에 대해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리만 브라더스는 "1분기 한국의 성장률은 작년(6%)보다 크게 낮은 4% 이하로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내수부진과 국제유가 상승, 반도체가격 하락, 원화 강세 등으로 조만간 한국의 경상수지는 적자로 반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UBS워버그증권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4.3%로 전망했다.
업계의 체감경기는 한은이나 외국기관의 전망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9.3으로 작년 11월부터 4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며 2001년 11월(85.0) 이후 15개월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시장의 불안감은 상상외로 심각하다"며 "일각에서는 환란 당시보다도 경기가 나빠 주가가 250선까지 추락하고 2월말∼3월초에 외국인 투자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설을 전후해 대구 염색업체 등 중소업체들이 상당수 문을 닫는 등 시장 상황은 암울하다"며 "상반기가 한국경제의 중대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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