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와 재계 사이의 갈등의 도화선으로 작용하다 수면 아래로 잠복한 대기업 구조조정본부 문제는 어떻게 풀릴까.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구조조정본부를 운영해온 삼성이 최근 미묘한 '정중동(靜中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달 구조조정본부가 맡고 있는 업무를 최대한 효율화하라는 내부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조정, 인사지원, 재무개선 등 핵심적인 기능에 집중하되 각 계열사와 중복되는 업무는 과감하게 계열사로 넘겨주겠다는 것이다.또 100명에 이르는 구조조정본부 인력도 지난달 인사를 통해 전무, 부장 등 임직원4명을 줄였으며, 구조조정본부 산하 각 팀별로 소폭의 업무조정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이 같은 움직임은 새 정부와 마찰을 빚었던 구조조정본부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풀어보겠다는 신호로 해석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SK, 한화 등 다른 기업들의 구조조정본부 문제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정기 인사에 따른 자체적인 조직 재정비이며 부족한 인원은 다시 보충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기업운영에 구조조정본부라는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지난달 구조조정본부장과의 간담회를 가진 것은 구조조정본부의 실체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며 "이제는 기업에서 화답을 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설립 등 구조조정본부를 대체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기 어려운 삼성이 구조조정본부를 그대로 유지하되 기능을 일부 재조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이를 진행시키는 '정중동'의 행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일부 기업에서 구조조정본부의 조직과 기능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장 해체하거나 축소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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