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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대통령 인식으론 못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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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대통령 인식으론 못 푼다

입력
2003.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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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비밀송금 의혹이 갈수록 어지럽게 굴러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해명을 거부하고 청와대의 관련 인사들 역시 특검제와 진상규명을 위험시하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 갈등과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다. 야당의 요구에는 전투적 색채가 진해지기 시작했고, 여권 내부도 어제와 오늘이 다른 뉘앙스로 입장 정리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런 상태가 큰 혼란을 빚어낸다면 그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사태일 것이다.누누이 강조해 온 대로 사태를 풀 수 있는 첫 단추는 단연 선(先) 진상규명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눈과 귀가 감쪽같이 막힌 채로 엄청난 의혹을 접해야 했던 국민들의 관점이 우선시돼야 한다. 진상을 국민들에게 밝히는 것을 두고 위험하다고 보는 시각이야말로 위험시해야 할 발상이다. 국익을 내세운 초법적 통치행위의 논리가 과연 얼마나 국민적 관점에 입각해 있는가를 먼저 따지는 것이 앞세울 순서다. 이 것이 정도(正道)이고, 정도를 벗어난 어떤 방식으로도 사태는 풀릴 수가 없다.

김 대통령은 엊그제 "현실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상대하는 초법적인 범위의 일을 우리 법의 잣대로 판단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 여기서 느껴지는 김 대통령의 인식은 대단히 안타깝다. 북한을 갑자기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것도 생소하지만, 반국가단체를 다루기 위해 왜 초법적이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의혹은 하루하루 눈덩이처럼 불어가는데 그 어느 대목이 '초법적 범위'라는 것인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비밀송금이 정상회담의 대가라는 정황은 자꾸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이 사업계약 체결 두 달 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정상회담의 도덕성과 동기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출이 여신규정과 법을 명백하게 어긴 외압에 의한 것이었다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북한에 간 돈이 2억달러 말고 더 있다는 의혹들은 또 무엇인가.

김 대통령은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 문제들을 선명하게 규명하는 것은 앞으로도 북한을 상대할 새로운 전범을 확립한다는 의미가 있음을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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