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부문의 해외 간접투자가 급증하면서 보험사를 비롯한 일부 기관이 미 재무부채권(TB) 등 전통적인 안정증권 대신 국제 헤지펀드 투자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이 같은 추세는 국내 부동 자금은 넘치는 반면, 경기둔화로 인한 국제금리 하락에 따라 미국·유럽 등의 유가증권 투자 역시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지만 위험 역시 만만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일 금융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이 최근 외국계 헤지펀드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소형 보험사들도 헤지펀드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화재의 헤지펀드 투자를 시작으로 국내 민간 기관들이 최근 헤지펀드 투자를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등급의 투자대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기관과 개인 재력가 등의 헤지펀드 투자가 점차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민간의 해외간접투자는 기관과 개인을 합쳐 2000년말(41억달러)의 두배를 넘는 114억달러로 급증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는 국내 기관 본사가 직접 외국증권을 매입한 금액이 전체 잔액의 70%를 차지해 대부분 TB 등 전통 안정증권에 투자가 집중됐음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원·달러 스왑거래, 선물환 거래 등의 확대로 해외 간접투자에 따른 환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됨에 따라 헤지펀드 투자 등 보다 공격적인 투자경향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투신권의 한 관계자는 "고액자산가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은행 프라이빗 뱅킹(PB) 쪽에서 헤지펀드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은 수익차별화를 위한 첫 단계로 해외채권 편입을 시도하다 해지펀드에 입질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국제 헤지펀드 자금이 증시에서 1차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금 등 귀금속에 대해 투기거래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투신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국제 증시의 장기침체에 따라 유가증권과 상품, 현물과 선물을 넘나들며 보다 유연한 수익활동을 벌이는 헤지펀드가 다시 부상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한적인 범위에서의 투자까지 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1998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파산의 악몽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며 "최근 일본의 한 헤지펀드도 불과 일주일 만에 투자원금 전부를 날리는 등 실패 사례가 많은 만큼 투자에 앞서 안정성, 비용 등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인철기자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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