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기업연금 가입대상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음에 따라 노·사·정의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던 기업연금 도입 논의가 다시 숨통을 틀 전망이다. 신정부는 현재의 퇴직금 제도를 기업연금제도로 개편하되 과세혜택 등을 통해 퇴직금에서 기업연금제로의 이행을 적극 유도하는 등 기업들이 선택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퇴직금은 직장인의 최후의 보루로 신주단지나 다름없다. 그러면 직장인 입장에서 퇴직금과 기업연금 중 어느 쪽이 유리할까. LG경제연구원은 기업연금에 먼저 점수를 줬다.연구원은 5일 '퇴직금과 기업연금 어느것이 유리한가' 보고서에서 연금과 퇴직금 수령액 차이를 비교한 결과 기업연금은 운용수익률이 높을수록, 퇴직금은 임금인상률이 높을수록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연간 임금인상률이 3%일 경우 연금이 5%이상의 운용수익률을 올리면 연금수령액이 퇴직금 수령액보다 많다며 미국의 모범적인 연금운용기관인 'CalPERS'의경우 연평균 수익률이 12.9%이기 때문에 잘 운용된다면 퇴직금보다 기업연금이 보다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기 위해 초봉 월 100만원, 26세부터 30년 동안 근무한 근로자를 기준으로 임금상승률과 연금운용수익 등에 연동되는 확정기여형 연금액과 현행 근로기준법상 법정퇴직금간 차이를 비교했다.
비교결과에 따르면 임금인상률이 3%이고 운용수익률이 9%일 경우 기업연금의 수령이 퇴직금보다 8,000만원이나 많았다. 또 운용수익률이 10%를 돌파할 경우 임금이 웬만큼 올라도 기업연금이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운용수익률 9%에 임금인상률이 6%를 기록할 경우 퇴직금이 기업연금보다 다소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운용수익률이 저조할 경우 기업연금은 '애물단지'가 됐다. 운용수익률이 4%일 경우 임금인상률이 3%의 낮은 수준을 유지해도 기업연금이 퇴직금보다 1,000만원 가량 적어지게 되는 등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특히 임금인상률이 6%에 이르기만 해도 수령액이 퇴직금에 비해 7,000만원이나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현재 거시경제 여건상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저금리기조가 계속된다면 퇴직금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연금은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 등 두가지 종류가 있다. 확정급여형은 연금액이 최종급여 또는 퇴직전 일정기간 기준급여의 일정비율로 정해져 있어 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위험을 기업이 부담하게 된다. 운용을 잘 하지 못해 운용성과가 저조할 경우 기업실적이 악화되며 연공서열 급여체계에서 장기근속자가 유리하다. 미국 500대 기업의 70%가 확정급여형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확정기여형은 매월 일정비율을 기업연금기금에 적립하여 퇴직시까지 투자수익률에 근거해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투자수단을 종업원이 선택할 수 있으며 투자위험을 종업원이 져야 한다. 그래서 이직률이 높은 직장이나 젊은 층이 선호한다.
최수미 책임연구원은 "노령화 사회로의 급진전과퇴직금제도의 한계, 정부의 유인책 등으로 기업연금제도를 채택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키워드/ 기업연금
퇴직연금으로 불리기도 하는 기업연금은 퇴직금을 회사 안에 쌓아두지 않고 투신운용사 등 전문기관이 관리·운용하는 별도 펀드에 적립해뒀다가 근로자들이 퇴직할 때 일시에 타거나 연금으로 지급받는 노후보장 수단이다. 현행 법정 퇴직금과 달리 회사 바깥에 적립하도록 의무화함에 따라 회사가 망하더라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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