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 멈추는 것은 우려스럽다." "그래도 분배를 많이 해서 괜찮다." 4일 발표된 KT의 2002년 실적과 주주 가치증대 방안은 증시의 기업 성장·분배 논쟁에 불씨를 던졌다. KT의 성장성을 판가름하는 매출 증가세가 지난해 크게 둔화해 구조적 저(低)성장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온 반면, 벌어들인 순이익의 50%를 주주 이익 증대를 위해 쓰겠다는 '당근'에 환호하는 투자자도 많다.멈춰버린 성장
지난해 KT의 매출액은 11조6,943억원으로 전년보다 1.5% 증가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975억원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1,500억∼2,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LG투자증권 정승교 연구위원은 "전용회선부문 등의 매출이 정체돼 올해 매출액도 당초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고, 초고속인터넷, 무선랜 등에 대한 마케팅비용도 꾸준히 늘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6.7% 낮췄다"며 "경영진이 성장성 정체를 극복할 만한 뚜렷한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매출이 늘어나야 하지만 KT는 유선전화·초고속 통신분야 등의 성장성을 잃어버린 데다 수익성 개선도 단기간에 이뤄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익의 50%를 주주에게
KT의 주가전망을 좋게 보는 애널리스트들은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획기적인 주주이익 환원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KT의 발표대로 배당 성향이 50%로 유지된다고 볼 때 주주에게 환원될 수 있는 금액은 올해 5,000억원 등 2005년까지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동원증권 양종인 애널리스트는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주주중시 경영이 성장성 한계를 상쇄한다"며 시장을 통한 자사주 매입은 수급여건에 호재가 되고 VDSL 출시에 따른 초고속인터넷 시장지배력 강화로 목표주가 6만5,000원과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성장·분배의 고민
해마다 '사상최대 이익'에 '쥐꼬리 배당'을 해온 우리 기업들의 주주경시(輕視)풍조를 감안하면 KT의 이익환원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영속기업으로서의 성장'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면 성장이 멈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Wealth;잉여현금)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기업가치 극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기업의 배당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수익창출 능력이 뒷바침돼야 한다"며 "성장가치와 주주가치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성장은 둔화하고 종업원과 주주들의 분배 요구는 거세지는 시대,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가 기업 평가와 한국증시의 방향을 가름하는 또 다른 변수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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