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포르투갈의 주제 사라마구 등 세계적 지식인 44명이 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라크 전쟁 중지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이들은 서한에서 "모든 전쟁은 역사의 퇴보였으며, 민주주의와 화합의 실패, 인간성의 패배만을 증명해왔다"고 지적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별빛이 강렬해지듯이 전쟁이 다가올수록 그 광기를 질타하는 양심들의 반전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전? 심각한 세계 문제에 대한 최악의 처방'이라는 제목의 이 서한(www.ubuntu.org)은 부시 행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라크를 향한 미국의 호전적인 자세는 2차 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마련된 상호공존과 국제법의 토대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다."
서한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완화하려는 유엔과 여러 나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이 유엔과 세계인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전쟁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규정했다. 특히 "미국은 진정 예방 전쟁인 이라크전이 세계를 좀더 평화롭고 민주적인 세상으로 바꿀 것이라고 확신하는가"라며 "부시 당신은 당신 나라와 세계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왜 귀머거리인가"라고 물었다.
또 "석유자원 등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만 권력을 휘두르지 말고 난무하는 폭력과 가난을 치유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한은 "우리는 당신이 역사 앞에 놓여진 책임감을 상기하도록 촉구하며 과거 미국이 인간성 회복을 노력했던 것처럼 당신은 미국의 엄청난 자원을 같은 일에 사용해야 한다"는 당부로 마감했다.
서한 작성에는 사라마구를 비롯해 과테말라 인권운동가 리고베르타 멘추, 영국 과학자 조지프 롯블라트, 아르헨티나 인권운동가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 등 노벨상 수상자 4명이 참여했다.
또 미국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 프랑수와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다니엘 미테랑 여사, 프레데리코 메이요 사라고사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미국 정치학자 수전 조지 등도 서명해 무게를 더했다.
한편 크리스티안 우데 독일 뮌헨 시장은 이날자 현지 신문에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미·독 연례 안보회의가 열리는 동안 시민들에게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할 것을 촉구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집권 사민당 소속인 그는 광고에서 "전쟁은 황폐해진 이라크인들을 더 깊은 고통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과 유럽의 지식인4 28명과의 인터뷰를 실어 반전 분위기를 전했고, 반전단체들은 8일과 15일 런던 하이드 파크 등에서 대규모 반전 집회를 연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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