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의 디지털 전송방식이 바뀔 수 있을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디지털방송 정책에 대한 정밀 검토에 나서면서 전송방식을 놓고 '미국식'을 고집하는 정보통신부와 '유럽식'으로 바꿀 것을 주장해온 방송기술인 및 시민단체 간의 치열한 공방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인수위는 8일 정보통신 담당인 경제2분과와 방송 담당인 사회문화여성분과 연석으로 방송사 및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비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인수위 사회 문화 여성분과는 이미 정통부, 방송사 등의 의견을 취합한 상태여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상 음성 등을 디지털신호로 변환해 압축, 전송하는 방식은 크게 미국식(ATSC)과 유럽식(DVB)으로 나뉜다. 정보통신부는 97년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앞서고 고화질(HD)TV 구현이 용이한 미국식을 채택, 현재 지상파 3사가 이 방식으로 디지털방송을 하고 있다. 그러나 MBC와 방송기술인연합회는 "미국식이 이동수신에 취약하고 장애물이 많은 도심지 수신율이 떨어진다"며 유럽식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고 시민단체도 이에 가세했다. 양측 공방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져 정통부는 MBC 'PD수첩'이 지난해 11월 방송한 '디지털TV, 시청자가 봉인가'편이 사실을 왜곡했다며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내 13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8일 모임은 양측 의견을 한번 들어보자는 것 이상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통부가 "전송방식 변경은 재고할 가치도 없다"고 버티는 상황에서 굳이 논의의 장을 마련한 것은 변경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방송계 일각에서는 "사회문화여성분과에서는 이미 변경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MBC가 6일 '100분 토론'의 주제로 디지털TV 전송방식 문제를 택한 것도 관심거리. 양측 모두 이 프로가 전국에 생방송되는 만큼 여론의 호응을 얻어낼 호기라며 반기고 있다.
토론자로 나설 예정인 이재홍 정통부 방송위성과장은 "그동안 PD수첩 등을 통해 왜곡, 전달된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밝혀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완기 MBC 기술부장 역시 "이번 기회에 정부가 고집해온 미국식이 얼마나 잘못된 선택인지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MBC가 논쟁의 당사자여서 일각에서는 편파 진행도 우려하고 있고, MBC와 정통부가 패널 선정을 놓고 불필요한 신경전까지 벌이고 있어 얼마나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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