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1일의 컬럼비아호 폭발 참사가 좌절 이상의 무엇이라고 말한다.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에 완전히 종지부를 찍었다는 얘기다. 그 말이 맞기를 바란다.수백만의 다른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나는 인류가 우주로 뻗어나가는 날을 꿈꾸고 있다. 또한 우리가 역경에 부딪혀도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는 데에 공감한다. 그러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지난 주에 갑자기 잘못된 것이 아니다. 본래의 임무를 감안할 때 그것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유인 우주비행은 좌절을 거듭해 왔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유인(有人)'이다.
우주비행은 인류에게 커다란 축복이었다. 그것은 과학 발전에 이바지했다. 예컨대 우주론과 이를 바탕으로 한 기초 물리학이 큰 진전을 이뤘다. 우주비행은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도 많은 기여를 했다. 우주공간을 이용한 시스템으로 기상을 예측하고 통신을 하고 우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거의 모든 우주탐사의 성과는, 과학적이든 실용적이든 무인 우주선과 인공위성에서 얻은 것이다. 물론 우주비행사들이 허블망원경의 렌즈를 교체했다. 그러나 우리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인간을 우주에 보내 왔다. 1960년대 유인 우주비행은 냉전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우주 경쟁에서 소련이 탈락한 후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을 달에 보내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인간을 지구궤도에 보내는가?
알다시피 우주에서 인간은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인간은 너무 무겁고, 숨을 쉬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지구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 결과 유인 우주비행은 비용이 극히 많이 든다. 우주왕복선은 선체를 재사용함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비용을 크게 줄이지 못했다. 유인 우주여행은 현재의 로켓 추진 방식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때까지는 앞으로도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설사 그런 방식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훨씬 정교한 기계들을 대신해 인간을 우주에 보낼 이유가 있을까? 나는 몇 달 전 미국의 핵 추진 방식 우주선 개발 노력을 기록한 조지 다이슨의 '프로젝트 오리온'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역사가 조금만 달라졌다면 인간의 우주여행이 대중을 즐겁게 하려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쇼가 아니라 진짜 현실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린 시절 우주여행을 꿈꿀 때 따라다녔던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나는 인간이 지난 30년간 우주에서 놀라운 일들을 해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차분히 되돌아봤다. 과학적 관찰? 그것은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소행성에 가서 광물 캐기? 모호한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것도 기계가 할 수 있다.
비교해서 생각해 보자. 우리는 바다 밑바닥에서 가치 있는 자원을 많이 채취한다. 하지만 누구도 해저에서 살겠다거나 직접 가보겠다고 하지 않는다.
서글프게도 NASA는 여러 해 동안 우주에 인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느라 애써 왔다.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의 진짜 목적도 단지 우주왕복선을 계속 띄우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다시는 우주에 가지 말아야 할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기술이 발전하면 언젠가는 비용이 적게 드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지구궤도를 드나들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가면 우주개발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우주 식민지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불과 몇 사람을 별로 할 일도 없는 우주에 보내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로켓을 발사하는 현재의 방식은 막을 내릴 때가 됐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NYT 신디케이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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