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대북송금 파문에 대해 전후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당사자들의 침묵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통치행위라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으나, 송금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고 있다. 2억달러 외에 추가 송금설이 나오고, 송금이 정상회담 대가금이라는 등 확인할 길 없는 얘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국회가 특검을 도입한다고 해도, 활동을 마무리하는 데만도 3개월 이상 걸린다. 어느 정도의 진상규명이 이뤄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동안 제기될 각종 의혹과 추측으로 인한 국론분열과 국력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김 대통령은 대북송금 문제를 통치행위라고 했다. 현대상선의 상거래 행위가 아니고 통치행위라면 김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 실기(失機)하지 말고 진솔하게 진상을 밝히고 국민적 이해를 구해야 한다.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정착과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한 일이라면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대통령이 알았다면 사안을 보고한 당사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당시 국정원장이었고, 밀사로 평양을 드나들며 정상회담을 사전 정지작업 했던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 통일특보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해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한화갑 대표마저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전후 사정을 밝히는 것도 문제 해결의 방법 가운데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 임기 중에 이 문제를 매듭 짓자는 노무현 당선자측은 말할 것도 없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치적 중 으뜸으로 꼽는 남북문제가 중대한 신뢰의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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