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칼 놓은 검찰, 믿음 거둔 국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칼 놓은 검찰, 믿음 거둔 국민

입력
2003.02.06 00:00
0 0

5일 서초동 검찰청사에서 만난 대북 비밀지원 사건 수사팀 관계자들은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칼을 휘둘러 보지도 못하고 칼집에 넣어버린데 대한 자괴감의 표현이다. 한 간부는 "중단이 아니라 유보야"라고 목청을 높이면서도 피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검찰은 사건수사 유보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정치권이 '특별검사제'로 진상규명의 해법을 찾아가자 더욱 맥 풀린 모습이다. 이전에는 '부실수사'가 특검의 이유였지만, 이번엔 검찰 스스로 임무를 포기한 채 특검을 불렀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간부들도 "국회가 결정하면 따라야지" 라고 애써 변명하지만 궁색하긴 마찬가지다. 일선 검사들사이에서 "눈치만 보다 또 한번 화를 자초했다"고 자탄하는 모습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검찰은 수사유보 발표문을 통해 "국민들 사이에는 대출금 사용처에 대한 더욱 상세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기본 책무인 '수사'를 포기했다.

한 검사는 "대통령 당선자가 '국회가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직후 검찰이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국회로 공을 넘겨버린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고 고개를 떨궜다.

"수사는 사법처리를 전제로 한 절차"라며 수사 유보 결정을 내린 검찰에 대해 상당수 검사들은 "수많은 무혐의 처리 사건 수사는 어떤 이유로 착수했느냐"며 의아해 하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수사에 겁을 냈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검찰 수사팀은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 등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감사원에 조사자료 제출을 독촉하는 등 수사 의지를 불태워 여론의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심사숙고'해서 내린 수사유보 결정으로 검찰은 또 한번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고질적인 '정치 검찰'의 그림자가 다시 검찰청사를 휘감고 있다.

hoon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